AI 추천 뉴스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의 명암 [김효선의 부동산이지!]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AI 팩토리는 전력과 데이터를 투입해 AI의 핵심 연산 단위인 토큰을 대량 생산하는 지능형 인프라입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력과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한데, 네이버는 이런 가동 조건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둔 상태이며, 그렇기 때문에 엔비디아의 인프라 플랫폼 DSX와 결합한 AI 팩토리 가동을 계획할 수도 있었습니다.
생성형 AI가 산업 전반을 바꾸면서 각국 정부와 글로벌 빅테크 기업 간 AI 인프라 확보 경쟁이 치열하며, 그 중심에는 데이터센터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단순한 서버 보관 시설로만 인식되던 데이터센터는 생성형 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안정적인 임대수익 및 자산가치 상승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투자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투자 자산 관점에서 데이터센터는 다른 부동산 유형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양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장기 임대차 계약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우량 인프라 자산이라는 점에서 블랙스톤·브룩필드·KKR 등 글로벌 대형 투자회사들이 전력과 부지를 선점하며 투자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 사회의 입장은 다릅니다. 막대한 투자금이 투입되지만, 고용 창출 효과는 제한적이고, 소음과 열 배출, 전자파 등의 우려로 오히려 주민들의 민원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인허가가 가능해도 지역 사회의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합니다. 최신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대량으로 집적되면서 전력 밀도는 수배 이상 증가했고, 냉각 설비까지 포함하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며, 생성형 AI가 확산할수록 전력 수요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말부터 시행되고 있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라 10MW 이상의 대규모 전력 수요 시설은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데, 수도권 전력망은 이미 포화 상태로, 최근 수도권에서 신청한 전력계통영향평가 상당수가 공급 불가 또는 보완 요구 판정을 받고 있습니다. 주택시장에 용적률 규제가 있다면, 데이터센터 시장에는 전력망 수용 능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규제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집적불경제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데이터 전송 속도와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해 수도권으로 집중되던 데이터센터가 오히려 전력 부족과 입지 갈등으로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수도권 입지만을 고집하는 전략이 사업 지연과 비용 상승이라는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 시장에는 전력 확보 프리미엄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미 전력 공급 협의와 주요 인허가 절차를 마친 부지의 가치가 일반 산업용지보다 훨씬 큰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입니다. 과거에는 도로와 교통망이 토지 가치를 결정했다면, 이제는 전력 공급 권리라는 토지 가치의 새로운 핵심 요소가 등장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오히려 지방에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과거 공장이 돌아가던 산업단지에는 이미 고압 전력을 공급하는 변전소와 송전망이 깔려 있습니다. 공장은 멈췄어도 전력망은 살아 있습니다. 부산 영도구 대평동의 조선소 부지가 대표적입니다. 창해개발은 인근 기존 변전소 인프라를 활용해 80M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짓고 엔비디아 최신 GPU 5만장을 확보했습니다. 멈춰선 조선소의 심장을 AI의 심장으로 교체한 인프라 재생의 모범 사례입니다. 강원도 춘천은 강원도 특유의 서늘한 자연풍을 활용한 외기냉각으로 냉방 전력을 절감하면서 네이버('각 춘천')와 삼성SDS를 유치했고, 전남 해남은 풍부한 일조량으로 RE100을 실현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 기반을 갖췄습니다.
AI 시대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새로운 전환점이 되고 있습니다. 젠슨 황이 "GPU를 만들던 엔비디아는 이제 인프라 기업으로 거듭났다"고 선언한 것처럼, 데이터센터는 이제 단순 IT 시설을 넘어 국가 산업 인프라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를 단순한 혐오시설이나 전기 먹는 하마로만 볼 것이 아니라, 소멸해가는 지방 도시와 쇠락한 산업단지를 살려낼 도시재생의 핵심 앵커 시설이라는 관점도 필요합니다.
사람이 모이지는 않지만, 자본과 데이터가 집중되는 이 새로운 부동산 유형을 단순한 기피시설이 아니라 지역 성장의 자산으로 전환해, 지역사회와 공존하고 활용하는 해답을 찾는 도시가 AI 시대의 새로운 중심이 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