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제약 본사 전경
대원제약 본사 전경
비만 신약 경쟁이 여러 호르몬 등에 함께 작용하는 다중제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 일라이릴리가 3중제로 무릎 관절염 등 비만 합병증 감소 효과를 입증한 데 이어 대원제약은 4중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8일 미국당뇨병학회(ADA 2026)에 따르면 릴리의 3중 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를 매주 80주간 투여한 환자에게서 무릎 관절염 통증, 수면무호흡증 등이 개선됐다. 무릎 통증은 최대 73.1%, 수면무호흡증 횟수는 60.6% 줄었다. 임상 참가자 평균 감량률은 28.3%다. 살이 빠지자 다양한 비만 합병증이 함께 개선됐다.

레타트루타이드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과 위억제 펩타이드(GIP), 글루카곤 등 세가지 호르몬에 작용하는 3중제다. 앞서 비만약 전성 시대를 연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는 GLP-1 단일제, 릴리의 마운자로는 GLP-1/GIP 2중제다.

GLP-1과 GIP, 글루카곤은 음식을 먹으면 소장에서 나오는 인크레틴 계열 ‘호르몬 3총사’다. 혈당 농도를 조절하는 인슐린이 나오도록 돕고 식욕을 억제하면서 위 운동 속도를 늦추는 역할 등을 한다. 이들은 맡은 역할이 조금씩 다르다. GLP-1은 식욕 억제, GIP는 지방 저장, 글루카곤은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데에 영향을 준다.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호르몬에 작용할수록 감량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다만 작용 영역이 늘수록 구역, 구토 등 이상 반응이 심해진다는 게 한계다. 비만 신약의 주요 평가 지표로 투약 중단율을 꼽는 이유다. 레타트루타이드 투약 중단율은 최대 용량 그룹에서 11.3%로 기존 약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3중제로 ‘시장성’을 입증한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이번 학회에서 다중제 임상 성과를 공개했다. 대원제약은 ‘인크레틴 3총사’와 가스트린 호르몬에 작용하는 4중제 동물연구 결과를 포스터 발표했다. 국내 바이오기업 팜어스바이오사이언스에서 도입한 약물로, 레타트루타이드보다 실험용 동물의 체중이 50% 이상 줄었다.

가스트린 호르몬을 활용하면 췌장과 간 기능을 보존하도록 도와 당뇨·비만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업체 측은 내다봤다. 전임상 결과가 공개된 뒤 신약 성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날 대원제약 주가는 전장보다 10.32% 상승한 1만2400원으로 마감했다.

한미약품도 3중 작용제 ‘HM15275’를 개발하고 있다. 이번 학회에선 근감소를 줄여주는 비만 신약 후보물질 ‘HM17321’과 ‘HM500197’ 발표에 집중했다. 지투지바이오는 매주 투여하는 기존 2중·3중제의 지속 기간을 늘려 한달 투여 제형으로 바꾼 약물의 초기 연구 데이터를 공개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