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지구와 매년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 하늘을 뒤덮는 미세먼지 속에서 ‘개인적 실천’만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낼 수 있을까?(사진은 지난 2025년 홀트아동복지회가 진행한 기후위기 속 아동권리 인식개선을 위한 그림공모전 ‘홀트, 세움’ 대상작)
뜨거워지는 지구와 매년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 하늘을 뒤덮는 미세먼지 속에서 ‘개인적 실천’만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낼 수 있을까?(사진은 지난 2025년 홀트아동복지회가 진행한 기후위기 속 아동권리 인식개선을 위한 그림공모전 ‘홀트, 세움’ 대상작)
매년 6월 5일 ‘환경의 날’이 다가오면 우리는 습관적으로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챙기고 분리배출함을 꼼꼼히 살핀다. 일상 속 소소한 재활용과 저탄소 실천은 분명 가치 있는 첫걸음이다. 그러나 뜨거워지는 지구와 매년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 하늘을 뒤덮는 미세먼지 속에서 이러한 ‘개인적 실천’만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낼 수 있을까?

인류가 마주한 기후위기는 환경 수치라는 의미 이상으로, 우리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과 가족의 행복을 위협하는 실존적 위기다. ‘2023년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44°C나 상승하면서 인류는 기후재앙을 막을 최후의 보루인 ‘1.5°C 선’의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세계기상기구, 2024). 이 거대한 ‘기후 불확실성’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가장 시급한 행동은 바로 아이들의 안전한 미래를 지켜내는 것이다.

1.5℃가 지구의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한 ‘안전한 한계선’임을 확인하였고, 국제사회는 파리협정을 통해 1.5°C 억제를 약속하며 세대 간 정의를 실현하고자 분투 중이다.

대한민국도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제4차 기후위기 대응 기본계획(2026-2030)’을 수립하며,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정의로운 전환을 꾀하고 있다(환경부, 2025). 하지만 정책적 담론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실제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는 가정의 울타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고찰이다.

기후위기는 모든 이에게 평등하지 않다. 특히 신체적·경제적 방어 기제가 약한 아동과 취약 가구에 그 고통이 집중된다는 점에서 ‘기후 불평등’은 심각한 사회적 난제다. 환경재단(2024년 3월)이 발표한 ‘기후위기 취약계층 어린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취약계층 아동의 76.3%가 기후 변화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저소득층 가구 아동의 74.3%는 기후 변화로 인해 집 환경의 변화(폭염·한파 59.4%, 해충 증가 33.7%, 침수·곰팡이 27.7%)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현장의 사회복지사와 아동이 말하는 기후위기 피해로 인한 가장 주요한 문제는 ‘주거환경 악화, 냉방기기 부족과 전기세 부담, 기후변화로 과일·채소 가격 상승에 따른 식생활 어려움’ 등이다. 특히 곰팡이 문제는 건강뿐 아니라, 학습과 교우관계 같은 일상생활에까지 깊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인류가 치른 거대한 전쟁들의 이면에는 항상 석유가 있었다. 이처럼 우리는 고갈을 앞둔 자원을 약탈하듯 끌어다 쓰면서, 그 자원이 만들어낸 ‘수백 년간 대기 중에 사라지지 않을 이산화탄소’라는 쓰레기만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기고 있다. 필자 역시 아동복지를 연구하고 현장을 지켜보는 한 사람으로서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환경에 대한 깊은 부채감을 느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적으로는 자원의 순환을 고민하는 ‘퍼머컬처(Permaculture, 자연 생태계를 모방한 지속 가능한 농업·토지관리 및 생활설계)’와 필요하지 않은 소비를 줄이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개인의 선의만으로는 이 거대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인공지능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기후 예측을 정교하게 만들었으나, 데이터센터 운영에 따른 전력 소비량은 2024년 대비 160% 급증하며 아이들이 마실 물과 깨끗한 공기를 위협하는 역설을 낳고 있다(Gartner, 2024, ‘2026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전망’). 기술의 발전이 풍요를 가져오는 동안 기후위기의 청구서는 가장 먼저 취약계층 아동에게 배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AI 기술의 윤리적 활용과 디지털 포용력을 키워야 한다. AI를 활용한 재난 예보나 응급상황 감지 시스템이 취약계층 가정에 가장 먼저 도달할 수 있도록 전달 체계를 혁신하고, 기술의 혜택이 아동의 생존권 보호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후위기 노출도가 크고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계층 가족과 아이들이 폭염과 한파 속에서도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 일반 가구의 에어컨 보급률이 가구당 0.89대에 달하는 반면, 저소득 가구는 0.18대에 불과해 다섯 가구 중 네 가구는 에어컨 없이 취약한 주거환경에서 폭염을 견디고 있다(서울연구원, 2020, ‘서울시 저소득가구 에너지소비 실태와 에너지빈곤 현황’). 홀트아동복지회와 많은 NGO에서 혹서기 용품 지원에 앞장서고 있지만, 여전히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현실이다.

홀트아동복지회가 추구하는 사랑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일반논평 제26호’를 통해 천명했듯 아동을 수동적인 보호 대상이 아니라 기후 정책의 주체로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기후 시민권’을 강조한다. 이제는 아동의 삶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기후문제의 중심에 선 기업에 실질적인 ESG 경영을 요구하는 똑똑한 ‘기후 시민’이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단순히 탄소를 줄이는 기술적 문제를 넘어, 한 아동의 삶과 그 가족의 행복을 온전히 지켜내기 위한 우리 시대 최고의 복지 실천이다. 지구라는 커다란 가정에서 “나중은 없다”는 절박함으로 기후 정의를 세우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의 ‘기후 골든타임’이다. 지금 우리가 실천하는 작은 환경 행동과 정책적 변화가 우리 아이들의 내일을 결정한다. 사랑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그 길 위에, 다음 세대를 위한 소명을 다해야 할 때다.


글 최현임 사회복지학 박사 / 홀트아동복지회 사회복지연구소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