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 나탈리아 이매뉴얼 박사 등 연구팀은 4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미국 근로자 56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 단위 조사 자료 분석 결과, 고립감과 정신적 고통 증가분의 약 3분의 1이 재택근무 증가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많은 연구에서 근로자들이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재택근무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이 연구는 재택근무가 고립감을 증가시키고 정신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재택근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전체 근로자의 7% 수준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3년에는 28%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2011~2024년 미국 근로자 56만7668명을 대상으로 수행된 전국 대표성 조사 5건의 자료를 이용해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종과 그렇지 않은 직종 근로자들의 변화를 비교했다. 팬데믹 정점기인 2020~2021년은 제외했다.
분석 결과,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종 근로자들은 재택근무가 어려운 직종 근로자들보다 팬데믹 이후 근무일에 혼자 보내는 시간이 하루 평균 1.1시간 더 증가했다.
또 하루 전체를 혼자 보내거나 다른 사람과 전혀 접촉하지 않는 날도 더 많아졌고, 퇴근 후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은 감소했다. 이 같은 변화는 특히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서 두드러졌다.
혼자 사는 재택근무 가능 직종 종사자들은 하루 종일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고 보내는 비율이 7%P 증가했고, 이는 팬데믹 이전보다 83% 늘어난 수준이다.
정신건강 악화를 보여주는 지표들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심리적 고통 수준을 평가하는 '케슬러(K-6) 심리적 고통 척도' 점수를 살펴본 결과, 재택근무 가능 직종 종사자들이 재택근무가 어려운 직종 종사자들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의 정신적 고통 증가 폭은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보다 약 2배 컸고, 우울감 경험 빈도와 정신건강 의료서비스 이용, 항우울제 처방도 재택근무 가능 직종에서 더 많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1~2019년과 2022~2024년을 비교한 결과, 미국 사회 전체에서 고립감과 정신적 고통이 증가했고, 증가의 3분의 1은 재택근무 증가와 관련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재택근무는 출퇴근 부담 감소 등 즉각적인 이점이 있지만 동료들과의 사회적 연결 약화 같은 비용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면 하이브리드 근무자의 출근일을 조정해 대면 접촉 기회를 늘리거나 온라인에서도 비공식적 소통을 활성화하는 등 재택근무의 고립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