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소주·나라현 사케로 화합 다져
다카이치 "일정 있어 술 고민"
이 대통령 "제가 전화해 볼까요"
지난 19일 양국 정상의 만찬은 안동지역 종가의 고조리서이자 보물인 '수운잡방'의 조리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퓨전 한식으로 차려졌다. 식탁에는 안동찜닭의 모태가 된 닭요리인 '전계아'와 안동 한우 갈비구이 등이 올랐다.
이 대통령은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다카이치 총리를 배려해 모든 메뉴에서 고춧가루를 제외했다고 소개했다. 술자리에는 안동의 전통 명주인 태사주·안동소주와 함께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나라현의 사케가 나란히 올라 화합의 의미를 더했다.
이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취임 이후 7개월간 네 차례나 만나며 유대감이 한층 두터워졌다"며 지난 1월 나라현 방문 당시 다카이치 총리가 드럼 연주법을 가르쳐준 일화를 화제로 올렸다. 이어 "양국이 가깝고도 먼 이웃이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가깝고도 가까운 사이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식사를 마친 두 정상은 하회마을 나루터로 이동해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풍류 문화가 고스란히 전승돼 온 안동의 대표 전통 불꽃놀이인 '선유줄불놀이'를 관람했다. 선유줄불놀이는 부용대 절벽 꼭대기에서 낙동강을 가로질러 밧줄을 매단 뒤, 수백 개의 숯불 주머니를 매달아 불을 붙이는 독특한 형태의 불꽃놀이다.
줄을 타고 사방으로 끊임없이 흩날리는 불씨들이 밤하늘을 수놓고, 이 붉은 불빛이 어두운 강물 위에 반사되며 자아내는 장관에 다카이치 총리는 감탄을 쏟아냈다.
특히 배를 띄워 시를 읊고 풍류를 즐기던 전통 '선유 문화'와 낙동강의 자연 절경이 결합해 한국 전통 미학의 정수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두 정상은 이어 창작 판소리 곡인 '흩어지는 불꽃처럼' 공연까지 함께 감상하며 안동의 깊은 문화적 정취를 즐겼다.
이 대통령이 선물 받은 안경을 착용해 보는 과정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이 대통령의 기존 안경을 재빨리 빌려 쓰며 깜짝 사진 촬영이 이뤄졌다. 일본 내각공보실이 공개한 사진에는 평소 안경을 쓰지 않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 대통령의 안경을 양손으로 받쳐 쓴 채 웃는 모습이 담겼다.
이 대통령 역시 다카이치 총리의 남편을 위해 후쿠이현의 설경을 형상화한 '눈꽃 기명' 그릇 세트와 안동 하회탈 목조각 액자를 선물하며 화답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