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수요 억제?…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심형석의 부동산 정석]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강한 규제가 한꺼번에 나왔을 때 부동산 시장이 일순간 멈출 수는 있지만 이 상태가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규제가 강하면 강할수록 주택수요는 당겨지는 속성을 지닙니다. '지금 아니면 영원히 살 수 없다'는 불안감은 매매가격이 15억원이 되지 않는 외곽의 아파트 가격을 올려놨습니다. 올해 3월을 기준으로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 중 15억원 이하의 거래가 무려 86.4%나 차지했습니다.
가장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은 대출 규제입니다. 그나마 6억원이 이제는 4억원으로 바뀌는 순간 실수요자는 '지금 아니면 영영 못산다'는 공포에 휩싸입니다. 이는 관망세를 유지하던 대기 수요를 급격한 실 구매 수요로 전환시키는 '당겨쓰기'효과를 낳습니다. 서울 거래의 대부분을 15억원 이하 아파트가 차지하는 현재의 거래상황이 이를 증명합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예고된 보유세 강화는 매물을 부동산시장으로 유도하기보다, 오히려 '버티면 이긴다'는 심리와 함께 매물을 거둬들이게 합니다. 신규 공급이 급격히 줄어든 상태에서 규제는 상품의 '희소가치'만 공인해주는 꼴이 됩니다. 아파트는 주택 유형 중 가장 공급이 비탄력적입니다. 지금부터 공급을 준비한다고 해도 이르면 10년이 걸리는 상품입니다. 여기에 동결효과(Lock-in effect)로 매물 잠김이 심화되면 거래는 줄어들겠지만 그 거래 하나하나가 신고가를 경신하는 주목을 받을 겁니다.
지난 16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매물은 6만3000건 수준입니다. 8만 건이 훌쩍 넘었던 3월과 비교하면 이미 1만6000건 이상의 매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5월 9일이 이후 '네이버페이 부동산에 등록된 세 낀 매물이 없어지면서 다시 5만건대로 매물 숫자는 회귀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거주를 강제하는 다양한 규제(토허제와 대출)로 인해 입주물량과 함께 기존 매물마저 씨가 마를 겁니다.
임대차법 등의 부작용으로 전세매물이 실종되고 전세가가 급등하면 세입자들은 주거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매매시장에 진입하게 됩니다. 이는 자발적 구매가 아닌 생존을 위한 '강제적 수요 전환'입니다. 과거 전세난과 지금이 다른 점은 매물이 너무 없다는 점입니다. 2000~3000세대의 대단지에 전·월세 물건이 1~2건밖에 없으면 임차희망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됩니다. 하나의 매물을 보고 나면 공인중개사 또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임차 희망자를 설득할 필요가 없습니다. 더 이상 볼 매물도 없지만 누가 선택하든 매물이 거래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임대희망자의 가장 큰 어려움은 '불안'입니다. 매물이 급속히 사라지는 서울의 주택시장을 희망도 없이 떠돌 수는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보유한 자금을 탈탈 털어 매수에 나서는 것이 정답입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임대 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하게 만듭니다. 실제로 거래 현장에서도 전·월세를 구한다는 임차인에게 오히려 매매를 권하는 공인중개사가 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정부는 1주택자의 매물마저 주택시장에 끌어내기 위해 온갖 규제를 쏟아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1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주택시장의 안정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1주택자가 무주택자로 남게 된다면 모를까 매물을 내놓은 1주택자는 매수자로 다시 등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1주택자는 팔면 다시 살려고 할 겁니다. 매물을 하나 늘릴 수는 있지만 매수 수요를 하나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으니 주택시장에는 영향이 없게 됩니다. 특히 1주택자에게까지 가해지는 과세는 결국 임대료와 매매가격에 반영됩니다. 또한 특정지역을 묶으면 규제가 덜한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해 전체적인 하방지지선만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제는 예측 가능한 일관된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언제, 어디에, 얼마나 공급될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치와 일정을 제시하는 것이 폭발한 수요를 진정시킬 유일한 방법입니다. 지난 수년간 반복된 규제발표→일시 정체→가격 급등의 패턴을 국민은 이미 학습했습니다. 이제 규제는 '사지 말라'는 경고가 아니라 '곧 오를 테니 서둘러라'는 신호로 읽히고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