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메뉴
ALICE Q 게임 / 매주 화,금 오픈하는 게임을 만나보세요.

빨간 구두 신고, 봄의 생기 걸친 이소라…"관객 있기에 노래" [김수영의 스테이지&]

[김수영의 스테이지&]

이소라 '봄의 미로' 콘서트 리뷰
2~3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서 개최
밴드·현악 구성으로 풍성한 사운드 선보여
'난 행복해'·'바람이 분다' 히트곡에 솔직한 소통도
"밝고 설레는 사람 되고파…공연장 채워줘 감사"
가수 이소라 /사진=NHN링크 제공
가수 이소라 /사진=NHN링크 제공
지난 2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 가수 이소라는 빨간 구두를 신고 무대에 올랐다. 평소 무채색을 고집하던 그가 준 일종의 변화였다. 공연의 타이틀은 '봄의 미로'. 싱그러운 정원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콘셉트의 무대 위에서 데뷔 34년 차 '슬픔의 여왕'은 봄의 생기를 걸치고 익숙한 듯 새로운 얼굴로 노래했다.

공연의 첫 곡은 '바라 봄'. 새하얀 얇은 천 너머에서 부드럽고 포근한 연주와 몽환적인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자 장내 분위기는 순식간에 봄의 정원 한 가운데에 들어선 것처럼 환상적인 무드로 변모했다. 특유의 차분한 톤으로 노래를 마친 이소라는 "오늘 이 공연이 여러분의 기억에서 잊히지 않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인사를 건넸다.

이날 공연은 무대 중앙에 앉은 이소라를 중심으로 상수에는 피아노와 십여명의 스트링을, 하수에는 밴드를 배치해 다채롭고 풍성한 사운드를 선사했다. 곡의 특성에 맞춰 가장 적합한 조화의 연주가 흘러나와 몰입도를 높였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무대는 이소라의 목소리만으로 시작해 이후 현악 연주와 웅장한 합을 이뤄냈다.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는 1절 내내 피아노와 이소라의 보컬로 청각적 요소를 집약하다가, 이후 악기가 더해지며 감정의 폭을 넓혔다. 사운드의 확장과 절제를 거듭하며 청각 경험을 입체적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조명도 이에 맞춰 연주자들을 비추니 감각이 온전히 공연에 집중됐다.

가요계에서 이소라의 보컬은 독보적이다. 덤덤한 듯 깊이 있는 감정을 담고 있는 그의 목소리는 마치 지문과도 같아 쉽게 모방하기 어렵다. 이날 역시 강하게 관객들을 끌어당겼다. 부드러운 선율의 '트랙9(Track 9)'에서는 시원한 바람처럼 귓가를 스쳤고, '트랙 11(Track 11)'에서는 웅장하고 벅찬 감정을 안겨줬다.
가수 이소라 /사진=NHN링크 제공
가수 이소라 /사진=NHN링크 제공
어둡고 깊은 무드로만 이소라를 기억하기엔 최근 그의 행보는 눈에 띄게 활기차다. "그동안 쭉 침체되어 있었다"고 고백한 이소라는 지난해부터 공연을 열고, 페스티벌 무대에 서고, 데뷔 후 처음으로 유튜브까지 개설하는 등 대중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이날 신은 빨간 구두 역시 변화의 일부였다. 이소라는 "한동안 색을 걸치지 않았다. 전부 검은색, 흰색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안 해온 일들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일들이 새로 나오는 제 노래들에 어떤 의미가 되길 바란다. 밝은 사람, 설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고백했다.

이는 신비롭고 완벽한 이미지로 대표되던 이소라의 '인간다움의 선언'이었다. 공연 중 그는 "28세 때는 쉬지도 않고 했는데 58세가 되니까 힘들다", "귀가 너무 먹먹하고 되게 떨린다", "가슴이 너무 콩닥거린다" 등의 말로 솔직하게 자신을 여러 차례 꺼내 보였다. 과거 발레리나가 꿈이었던 자신에게 발레 슈즈를 선물했던 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했다. 관객들은 우렁찬 박수와 환호로 호응했다. 공연의 전체적인 분위기 역시 어둡지 않고 뭉근하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청혼', '난 행복해', '처음 느낌 그대로', '믿음', '바람이 분다' 등 히트곡 릴레이에서는 강력한 음악의 힘을 느껴볼 수 있었다. 각 곡은 세월의 무게를 안고 한층 명확한 색깔로 영글어 있었다. 그리고 이를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이소라의 목소리. 관객들은 숨을 죽인 채 공연장을 가득 채운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여운을 즐겼다.
가수 이소라 /사진=NHN링크 제공
가수 이소라 /사진=NHN링크 제공
가수 이소라 /사진=NHN링크 제공
가수 이소라 /사진=NHN링크 제공
세월의 때가 묻을수록 빛을 발하는 것이 명곡이라면, 명곡으로 가는 길을 다지는 건 관객과 아티스트다. 이소라는 "여러분 덕에 아직도 노래한다. 공연장을 꽉 메워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혼자서는 걸어가기 어려운 길임이 분명했다. 이날 이소라는 마지막 곡인 '순수의 시절'을 부르며 가사를 틀려 탄식하고는 손으로 머리를 쥐어 감쌌다. 실수에도 되려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밝은 세상으로의 새 도약을 선언한 '인간' 이소라를 향한 응원의 박수와도 같았다. 이소라는 마지막 가사를 놓치지 않았다. "잊지 말아. 이 푸르름의 날들을."

앙코르가 없는 가수로 유명한 그는 이날 다시 무대로 나와 '내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를 부르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1. 1
  2. 2
  3. 3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1. 1
  2. 2
  3. 3
  4. 4
  5. 5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