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 사진=로이터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 사진=로이터
29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내부에서 이례적인 의견 충돌이 나타났다. FOMC 통화정책 결정 성명서에 통화 완화를 시사하는 표현을 넣을지 여부를 두고서다. 12명 중 4명이 이 같은 문구를 넣는 것을 반대하자 시장은 이를 강한 매파 신호로 받아들였다. 사실상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했던 케빈 워시 Fed 의장 후보자 체제에서도 당분간 동결 기조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완화 표현' 거부한 3명의 위원매파로 돌변한 FOMC

미국 중앙은행(Fed)은 이날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Fed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2일차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이같이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시장의 이목은 '기준금리 동결 결정'보다 '4명의 반대 의견'에 쏠렸다. 통화정책 결정 성명에 8명이 찬성했지만 4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1992년 10월 이후 34년 만에 가장 많은 숫자다. '트럼프의 경제 책사'라 불리는 스티븐 마이런 이사가 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홀로 주장하며 금리 동결에 반대했다. 베스 해먹(클리브랜드 연은 총재), 닐 카슈카리(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 로리 로건(달라스 연은 총재) 등 다른 3명의 위원은 금리 동결에는 찬성했지만 성명서 내 '완화적 편향(easing bias)' 이라는 문구를 넣는 데 반대했다. 이 문구는 향후 금리 인상보다 인하가 더 유력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표현이다. 3명의 위원들은 더 이상 이러한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이례적인 FOMC 내 의견 갈등이 드러나면서 시장은 이날 FOMC 결과를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해석했다. 채권시장은 단기물 중심으로 금리가 상승했고,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글로벌 투자은행(IB)도 이날 FOMC 결과를 매우 매파적으로 봤다. JP모간은 기준금리를 움직일 수 있는 여력이 큰 상황에서 위원 간 의견 대립이 커진 것에 대해 주목했다. JP모간은 "2011년 8월엔 3명이, 2020년 9월엔 2명이 실제 정책 결정이 아닌 성명서 문구에 반대한 적 있었지만 두 차례 모두 정책금리가 실효하한(effective lower bound)에 묶여있던 시기에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문구(커뮤니케이션) 밖에 없었을 당시 일어났던 갈등이라는 것이다. 이어 "금리가 실효하한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에서 성명서 문구에 대한 반대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오늘 회의는 보다 분열된 표결 구도를 보이며 매파적이었다"며 "세 명의 소수 의견은 예상 밖이었으며 매파적 위원의 의견이 보다 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시티도 "세 명의 위원이 해당 문구를 공식적으로 반대할만큼 강경해졌다"며 "해당 위원들에게 금리 인상 기준이 더 낮아졌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모간스탠리는 "향후 가이던스를 변경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매파적인 결과"라며 "올해 금리 인하를 위해선 인플레이션이 몇 달에 걸쳐 분명히 둔화돼야 하는데 인플레이션에 대한 표현도 '다소 높은(somewhat elevated)'에서 '높은(elevated)'로 변경되면서 인플레이션 진전에 대한 기준도 보다 엄격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금리 인하 기대 크게 후퇴

높아진 미 기준금리 동결 확률. 자료=CME 페드워치
높아진 미 기준금리 동결 확률. 자료=CME 페드워치
위원 내 의견이 명확하게 갈린 것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가 성명서에 분명히 명시됐다. 지난달 성명서에서는 "인플레이션은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Inflation remains somewhat elevated)"라는 원론적인 표현을 썼다. 그러나 이번 성명서에서는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이며, 이는 최근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일부 반영된 결과다(Inflation is elevated, in part refliecting the recent increase in global energy prices)"라고 명시했다. 물가 둔화세가 정체된 원인을 에너지 공급망 충격에서 찾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중동 지역의 전개 상황에 경제 전망에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Developments in the Middle East are contributing to a high level of uncertainty about the economic outlook)"는 문구도 새롭게 추가됐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경로를 바꿀 수 있는 실질적 위협으로 격상됐다는 의미다. 에너지 가격이 진정되지 않는 한 Fed의 금리 인하 시점은 시장 기대보다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다음 FOMC 때 기준금리가 인하될 확률은 1.2%로 전날(2.6%) 대비 1.4%포인트 감소했다. 동결될 확률은 97.4%에서 98.8%로 늘었다.

"지금이 중립금리"매파적 FOMC 희석시키려 애쓴 파월

거듭된 논의에도 결국 완화 기조를 내비치는 표현을 유지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참석자 다수는 해당 문구 변경을 원하지 않았고 본인 역시 이번 회의에서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아직 불확실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향후 30~60일 또는 다음 회의까지 어떤 일이 발생하는 지에 따라 통화 정책 방향 문구와 관련된 판단도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 사진=연합뉴스
파월 의장은 "(이번 논란의 핵심은) '정책 기조에 대한 표현을 보다 중립적(금리 인상 가능성과 인하 가능성을 동등하게 열어놓는 것)으로 조정해야 할지' 였다"며 "이 같은 문구 변화는 일종의 포워드 가이던스이므로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성급하게 변경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되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어 "다만 중동 사태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되면서 이번 회의에서 중립적인 문구로의 변경을 지지할 수 있다고 보는 의견이 증가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향후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서도 "에너지 충격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그 충격이 일시적일지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판단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관세 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 효과는 두 분기에 걸쳐 소멸될 것으로 봤다. 파월 의장은 "관세가 한 차례 가격을 상승 시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며 "향후 두 분기 동안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미 수년째 인플레이션이 2%를 상회하고 있는데다 관세 충격도 일시적인 것으로 여기며 통화 정책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충격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너지 충격이 정점을 지나 하향 안정되는 모습(the backside of that)을 확인하고, 관세 측면에서도 진전이 있는지를 본 후에야 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공급망 충격의 결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성급하게 정책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유가 상승이 근원 인플레이션으로 파급될 수 있는 리스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파월 의장은 "이 같은 리스크는 현실적이고 실제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이어 "현재 정책금리는 대체로 중립금리의 상단 또는 약간 제약적인 수준에 있다"며 "FOMC의 정책 기조가 기다리고 지켜보기(wait and see)에 매우 적절한 위치에 있다는 점이 다행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어 "FOMC는 당분간 현 수준에서 지켜보며 상황 전개에 따라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 유가가 현재 수준(배럴당 120달러)을 뉴지한다면 다음 결정문에서도 완화 편향 기조가 포함돼 있을 확률이 있냐'는 질문에 파월 의장은 "섣불리 예측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다만 이번 회의에서도 그 문제에 대한 매우 심도있는 논의가 있었고 다수 위원은 여전히 그 기조를 변경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본인도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론적으로는 바로 다음 회의에서 기조를 변경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워시 체제에서도 '당분간 동결' 확률 높을 듯

이날 케빈 워시 Fed 의장 후보자에 대한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안이 가결됐다. 상원 전체회의 표결을 거쳐 인준이 최종 확정된다. 현 파월 의장이 5월 15일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 케빈 워시 차기 의장 후보자가 오는 6월 16∼17일 열리는 FOMC 회의를 주재하게 된다.
장기 인플레이션 추이. 자료=하나증권
장기 인플레이션 추이. 자료=하나증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날 FOMC 이후 '워시 체제'에서도 Fed는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시장은 무게를 두고 있다.

교착 상태에 빠진 미국과 이란간 종전 협상으로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106달러까지 상승하는 등 고유가가 장기화하며 인플레이션과 국채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6월 FOMC 회의에선 매파적 목소리를 내는 위원이 더 많아질 수 있다.

특히 강경 비둘기파인 마이런 이사가 물러나는 만큼 물가 정점 통과를 확인하기 전까지 긴축적인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

정책 전환에 대한 필요성이 데이터로 뒷받침될 때까지 동결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IB 10곳 가운데 동결을 예상한 곳은 3곳이었고 9월 금리 인하 예상이 6곳, 12월 인하가 1곳이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 이후 시장은 '기준금리가 언제 인하될 것인가'보다 '얼마나 더 오래 유지될 것인가' '언제 금리를 올릴 것인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