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웅 연출의 '서편제; The Original'
이달 17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극 중 아비와 소녀는 걷고 또 걷는다. "소리도 그렇게 굳은살이 박이며 익는 것"이라고 외치는 아비와 그를 따라 걷는 소녀 모두 어느 것 하나 걸치지 않은 맨발이다. 이렇게 고독하고 덧없는 부녀의 고행길은 회전하는 대형 원형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아비가 소녀의 눈을 멀게 하는 대목. 딸에게 한의 정서를 심어주기 위한 아버지의 극단적 선택이다. 요즘 감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지만 "비정하고 폭력적이더라도 문학적으로 충분히 허용돼야 한다"는 게 고 연출의 생각이다.
아비 역에는 남원시립국악단 악장 임현빈과 국악밴드 이날치의 안이호가 발탁됐다. 소녀 역은 국립창극단 단원 김우정과 2022년 전국 창작판소리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지현(서울대 국악과 재학)이 맡는다.
이날 첫 공연을 앞둔 배우들은 작품에 한껏 몰입해 있었다. 냉이·천씨 역의 박자희 배우는 "소리꾼으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연습하는 동안 눈물, 콧물을 짜냈다"며 "소리꾼에 소리의 길이 있듯 관객들이 각자의 길을 어떻게 나아가면 좋을지 생각하면서 보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역의 배우 서진실은 관람 팁을 전했다. "손수건 챙겨오세요. 눈물이 정말 많이 날 거예요."
국립정동극장 개관 30주년을 맞아 처음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다음 달 9일까지 이어진다.
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