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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100조 벌크업'…은행·PEF 제치고 기업에 수조원씩 '베팅'
무섭게 몸집 키우는 증권사…금융권 '무한경쟁'
자기자본 연평균 증가율 10.6%
IMA 인가 받으려 증자 경쟁
자기자본 연평균 증가율 10.6%
IMA 인가 받으려 증자 경쟁
국내 증권사들이 무서운 속도로 덩치를 키우면서 금융산업의 판을 흔들고 있다. 증권업 전체 자기자본이 100조원을 돌파해 4대 은행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올 들어서는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요건(자기자본 8조원)을 따내기 위해 앞다퉈 증자에 나서는 등 ‘몸집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 체급 올린 증권사, 투자방식도 진화
2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증권사와 은행 재무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증권사 60곳의 자기자본 증가율은 연평균 10.6%에 달했다. 4대 은행 자기자본 증가율(5.7%)의 두 배에 이른다.자기자본은 총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금액으로, 기업의 신용도와 재무 안정성을 판단하는 척도다. 금융투자회사는 자기자본으로 링 위의 ‘체급’을 결정한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기업 신용공여가 가능하고 4조원을 넘어서면 자기자본의 두 배 한도로 발행어음을 찍을 수 있다.
증권사들은 막대한 자기자본을 무기로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자기자본이 많으면 인수합병(M&A)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초대형 딜에 참여할 ‘입장권’을 얻을 수 있다.
체급을 올린 덕분에 증권사의 자기자본투자(PI) 방식과 규모도 진화했다. 그동안 공모주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채권에 수십억~수백억원씩 투자해 수익을 냈다면 최근엔 인수금융(M&A용 대출)과 공동대출(신디케이션)에 수천억~수조원씩 베팅하고 있다. 은행, 보험사, 연기금 등 큰손과 직접 경쟁하고 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주식 발행과 거래를 주관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사모 시장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핵심 주체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 가열되는 금융권 영토 전쟁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상품 종류도 다양해졌다. 풍부한 실탄(현금)과 함께 신용도가 높아지면서다. 각종 상품을 구조화한 뒤 매입 약정이나 지급 보증 등 신용 보강을 거쳐 웃돈을 붙여 파는 게 가능해졌다. 발행어음과 우량기업 회사채 등 수익률 연 1~4%대 저위험 상품부터 하이일드펀드, 사모대출펀드 등 연 5~10%대 중위험 상품, 상장지수펀드(ETF), 파생형 랩어카운트 등 고위험 상품을 고루 취급하게 된 배경이다.자체 신용 기반인 발행어음(연리 2~3%대)은 은행권 예금을 위협할 정도다. 국내 증권사들이 운용하는 발행어음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 44조4000억원으로 6개월 만에 약 3조원 불어났다.
증권업권 몸집은 더 빠르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사들이 IMA 인가를 위한 증자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인가를 획득하면 발행어음을 자기자본의 300%까지 발행·판매할 수 있다. 그동안 발행어음 사업에 나서지 않은 삼성·신한투자·메리츠·하나·키움증권 등도 이 시장 진출을 공언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프라이빗뱅킹(PB) 분야에서 은행, 보험 등 거대 금융사와 맞붙은 데 이어 은행 안방인 2500조원 규모 예·적금 시장에서도 고객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며 “외화예금·환전과 간편결제, 디지털 자산 관리, 토큰증권(STO) 등 여러 분야에서 사활을 건 업권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