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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치유를 위한 안젤리나 졸리의 아주 특별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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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e] 조원경의 책 경제 그리고 삶

    『안젤리나 졸리의 아주 특별한 여행』

    안젤리나 졸리,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치유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지도 몇 년이 지났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숱한 전쟁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크고 작은 전쟁을 생각해 보며 평화를 갈구하는 인간과 욕망에 사로잡힌 잔혹한 인간 군상을 생각해 본다. 문득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로 활동했던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책과 그녀의 메모가 생각난다. 그녀는 2023년 11월 인스타그램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피해를 본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의 사진을 한 장 올린다. 그리고 이런 내용의 글을 썼다.

    “가자지구는 지난 20년 가까이 야외 감옥이었다. 이제 거대한 무덤으로 변해가고 있다. 사망자 중 40%가 무고한 어린이다. 가족 전체가 살해당하기도 한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많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국제법에 반하는 식량, 의약품, 인도적 지원을 박탈당한 채로 살고 있다. 그 비인간적인 대우를 보면 마음이 너무 슬프다. 인도주의적 휴전 요구를 거부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양측에 휴전을 강요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세계 지도자들은 범죄에 연루되어 있다.”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 / 출처. 한경DB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 / 출처. 한경DB
    할리우드 스타 엔젤리나 졸리는 자신의 수입 중 어마어마한 액수를 자선사업에 기부해 온 인물이다. 어디 기부뿐인가. 봉사에도 발 벗고 나서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구호 활동을 펼쳐왔다. 어느 인터뷰에서 오드리 헵번과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아프리카 여행을 한 그의 책 『안젤리나 졸리의 아주 특별한 여행(Amazing Survivors)』을 읽어 본다. 이 책은 2001년 그녀가 아프리카에서 캄보디아, 에콰도르까지 뛰어다니며 보고 듣고 배운 난민촌 사람들의 이야기를 일지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다.

    그녀는 책에서 난민들을 찾아 떠난 여행의 일지를 어떻게 썼는지를 말한다. 그녀는 여행으로 그녀의 삶의 방향이 달라졌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 했다. 처음 그렇게 발을 내디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답을 써 내려가며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게 무엇일까? 더 많은 돈을 벌어야만 하겠다는 생각이었을까? 누군가는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녀는 우리에게 의외의 대답을 들려준다. 함께 국제연합(UN)에서 일하는 생명 운동가 제인 구달 박사는 바로 그녀의 책에 그 해답이 있다고 한다.

    "안젤리나 졸리의 일지는 그녀 자신이 인도주의 활동가로 거듭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그건 ‘나는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그녀만의 독특한 신념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하겠다. 그녀는 삶에서 아프리카 여행길을 감사하게 여겼다. 난민들을 돌보는 용감한 사람들을 만나며, 졸리는 그들에게 계속 빚진 마음이 되어간다. 그토록 대단한 사람들을 만나고 굉장한 경험을 했던 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겸손함을 보인다. 그녀는 책을 쓸 당시 870억 원짜리 요트를 구입하고 누릴 것 다 누리고 산 사치스러운 인간이었다고 고백한다.
    안젤리나 졸리『안젤리나 졸리의 아주 특별한 여행(Amazing Survivors)』 / 출처. 알라딘커뮤니케이션
    안젤리나 졸리『안젤리나 졸리의 아주 특별한 여행(Amazing Survivors)』 / 출처. 알라딘커뮤니케이션
    그런 그녀가 처참하기 짝이 없는 환경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사랑과 평화를 염원하는 난민들을 만나면서 자신을 부끄럽게 여긴 것이다. 몇 달씩 자기 아이들을 보지 못하고 오지의 난민촌에서 일하면서도 안젤리나 졸리의 이들을 향한 경탄은 더욱 커져만 갔다. 오히려 그들로부터 배우고 도움을 받고 있다는 깨달음에 이른 것이다.

    참사 현장에서 졸리는 난민들뿐만 아니라 UN 기구와 국경없는의사회, 위험지역생명보존운동, 이머전시, 옥스팜, 노르웨이 사람들의 손길 등의 여러 나라 비정부기구들에서 일하는 인도주의 활동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활동에서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한다. 책 속에 나오는 몇 가지 드라마틱한 문구를 보며 그녀의 감동적인 모습을 상상해 보자.

    "여배우가 아니라 인도주의 봉사 활동가로서의 삶을 살고 싶다." 이 구절은 그녀가 할리우드 스타로서의 명성을 넘어, 난민 문제에 대한 깊은 공감과 헌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이다.

    "단 한 번의 의미 있는 여행이 자기 삶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다."는 구절은 그녀의 여행이 단순한 관광이나 촬영이 아닌, 삶의 방향을 바꾸는 중요한 경험이었음을 시사한다.

    "그녀는 자신이 받은 사랑을 어려운 이웃에게 돌려주고 싶어 했다." 이 구절은 그녀의 기부와 봉사 활동의 원동력을 보여준다.

    "난민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이 구절은 그녀의 진정성 있는 접근 방식과 난민 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준다.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며 직접 참사의 현장에 뛰어들었다. 척추가 손상된 귀여운 얼굴의 소년이 떠오른다. 그 아이는 다시 걸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호텔 방에서 쉬고 있고, 소년은 아직도 그 먼지투성이의 흙바닥 한쪽 구석에 누워 있겠지…." 죽음을 피해 고향을 떠나던 시에라리온 사람들을 만난 뒤 그녀의 소회이다.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며 직접 참사의 현장에 뛰어 들어가 구호 활동을 벌인 그녀의 솔직한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과거 그녀는 10대 시절에 자신을 그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외모 콤플렉스가 심해 심리치료를 받기까지 했다. 죽음의 이미지에 푹 빠져 장의사나 흡혈귀가 되고 싶다는 엉뚱한 꿈을 꾸기도 했다. 정신병원에 입원도 했다. 데뷔 초에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나쁜 여자로 통했다. 그러나 TV에서 본 난민사태를 좀 더 알아보고 싶어 공부를 시작한 후 다시는 예전 생활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제는 죽을 때 여배우가 아니라 인도주의에 푹 빠진 봉사활동가로 기억되고 싶어 한다. 졸리는 할리우드 반항아의 상징이기도 했다. 애완동물로 뱀을 키웠다. 부모에 대한 반항으로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고, 자살을 시도하며 자기파괴를 일삼기도 했다.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음에도 우울과 자괴감에 사로잡힌 불행한 여배우였다. 그런 그녀의 변화 과정은 참으로 드라마틱했다.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 / 출처. 안젤리나 졸리 인스타그램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 / 출처. 안젤리나 졸리 인스타그램
    쩨다카는 가난한 사람을 돕거나 가치 있는 일에 돈을 기부하는 것을 일컫는 히브리어다. 이는 유대인 경제활동의 가장 기본적인 정신이다. 유대인들은 쩨다카를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의무이자 축복받는 비결로 여긴다. 그들은 쩨다카를 실천하기 위해 돈을 모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기부를 할 수 있는 금액이 커진다. 그러니 유대인은 부자가 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게 된다. 유대인 부모는 쩨다카의 정신을 알려 주는 것으로 본격적인 경제교육을 시작한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자녀 스스로 돈을 벌어서 기부하게 유도하는 것이라고 유대인들은 믿는다. 그들은 부모의 돈이나 남의 돈을 빌려서 하는 기부는 진정한 기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대인 어린이는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는 대신, 노동의 대가로 받은 돈을 한푼 두푼 모아 사고 싶은 것도 사고 기부도 한다. 유대인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자신들의 직업을 알려준다. 나아가 그 일을 옆에서 돕게 한다. 가족이 소비하는 돈이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 얻어지는 것인지 알아야 자녀들의 경제 관념이 제대로 형성될 수 있다고 본다. 자녀가 청소년이 되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사람들이 기피하는 힘든 일을 하나 정도 배우게 하는 것이 그들의 일반적인 관행이다. 그런 유대인들의 모습은 현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일으키는 이들과 얼마나 닮아 있나, 문득 괴리감이 물씬 느껴지기도 한다.

    경제학에서 안젤리나 졸리와 같은 기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경제학에서는 기부를 어려운 불우이웃에게 경제적 도움을 줘서 자신의 효용을 증가시키는 행위로 이해한다. 어려운 이들과 나누는 행위로 도움받는 사람도 행복해지고 도움 주는 사람도 행복한 상황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이 관점은 행복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내 효용함수에 다른 사람의 효용을 포함한다는 것은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노력이다. 한마디로 공감이다. 이런 해석은 기부가 이타적 동기에 의해서 발생하는 경우 성립한다.

    실험 경제학에서 사람들이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것처럼 인간이 이기적인지를 검증해 보자. 예를 들어 실험에 참여한 10명에게 5만원씩 나눠주고 자신이 갖거나 기부할 금액을 결정하도록 한다고 가정해 보자. 기부한 금액은 공공재 생산에 쓰여 2배의 가치를 창출하고 그 혜택이 모든 사람에게 20%씩 돌아간다고 할 때 어떤 결과에 도달할까? 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효용의 크기는 아무도 기부하지 않으면 5만원인 반면, 모두가 5만원을 기부하면 20만원이 된다. 따라서 아무도 기부하지 않는 것보다 모두가 기부하는 게 더 나은 결과가 된다.

    경제학에서 가정하듯이 이기적인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모두 5만원을 기부하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기부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누릴 효용의 크기는 25만원이다. 이는 기부했을 경우에 누릴 수 있는 효용인 20만원보다 크다. 만약 이 사람이 공공재에 무임 승차하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 생각을 해서 아무도 기부하지 않을 수 있다. 그 결과 균형은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정말 이기적으로만 행동할까?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론에서 예측한 것처럼 무임 승차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소득 중 40∼60%를 기부하는 경향을 보였다.

    기업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기부할 수도 있다. 만일 사람들이 뿌듯한 느낌을 얻기 위해 기부한다면 그 행위는 결코 순수한 의미의 이타심에서 우러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런 기부행위는 넓은 의미에서 경제학이 말하는 이기심으로 설명할 수도 있겠다. 주고받는 게 확실히 있기 때문이다.

    기부의 공공재적 성격을 터득한 엔젤리나 졸리는 어린아이를 안고 이렇게 말한다. 저녁노을이 져 내리는 길목에서 하늘에는 쌍무지개가 떠 있다. “아가야, 너는 불쌍해서가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이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거야.”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한 오드리 헵번 / 출처. UNICEF 페이스북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한 오드리 헵번 / 출처. UNICEF 페이스북
    졸리의 빛나는 말에 로마의 휴일을 명작으로 만든 오드리 헵번의 활동이 살짝 오버랩된다. 우리는 졸리처럼, 헵번처럼 세상의 모든 아이를 사랑할 의무가 있다. 그녀들은 굶주린 아이들에게 그렇게 달려간다. 우리도 졸리처럼, 헵번처럼 살 수 있을까. “어린이 한 명을 구하는 것은 축복입니다. 어린이 100만 명을 구하는 것은 신이 주신 기회입니다.” 오드리 헵번의 말이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그녀는 2005년 유엔세계인도주의상을 수상했다. 이 할리우드 스타는 "그들을 돕기 위해 난 뭐든지 할 것이다. 벌써 그들을 만나버렸는데, 내 눈으로 직접 봐버렸는데."라는 운명적 말을 적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조금씩만 하면, 큰 걸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조원경 UN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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