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8일, 12회를 맞는 국내 유일의 독립영화 시상식, 들꽃영화상(위원장: 오동진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 이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렸다. 들꽃영화상은 정부 혹은 영화단체의 재정적 지원 없이 100% 영화인들과 일반인들의 기부로만 운영이 되고있는 민간영화상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지난 11년간도 부침이나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올해는 정치적인 상황으로, 그리고 경기침체로 인한 기업들의 어려움으로 영화상은 예년에 비해 반 이상이 감소된 예산으로 더더욱 힘겹게 행사를 치러야 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올해와 앞으로의 영화상이 치러질 수 있을지 자체의 여부에 대해 끊임없는 내부의 논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궁극적으로 영화상은 매우 성공적으로, 그리고 늘 그렇듯, 들꽃만이 나눌 수 있는 애틋하고 감동적인 애정을 담아 부문 후보자들과 관객들을 맞이했다. 들꽃이 처한 어려움에 대해 도움을 자청한 배우들, 감독들 그리고 그 외 여러 후원자들 덕분이다.
지난 5월 28일 열린 제12회 들꽃영화상 시상식에서 오동진, 달시 파켓 들꽃영화상 위원장이 진행을 하고 있다. / 사진. © 이상윤
지난 5월 28일 열린 제12회 들꽃영화상 시상식에서 오동진, 달시 파켓 들꽃영화상 위원장이 진행을 하고 있다. / 사진. © 이상윤
제12회 들꽃영화상 후원자 명단. / 사진. © 이상윤
제12회 들꽃영화상 후원자 명단. / 사진. © 이상윤
들꽃영화상이 젊은 감독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독립영화 시상식인 만큼 기성 배우들보다는 독립영화에서 활약하는 젊은 배우들이 후보에 포진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그럼에도 올해 여자, 남자주연상 부문은 마치 무림의 고수들이 강호에서 겨루듯, 연극과 영화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던 노장 배우들이 경쟁을 벌였다. 50대 이상의 배우들이 주연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을 보기 힘든 한국 영화에서 이들이 주연을 맡은 프로젝트들이 대거 제작되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도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남우주연상 후보로는 <아침바다 갈매기는>(박이웅)의 윤주상 배우, <목화솜 피는 날>(신경수)의 박원상 배우, <수유천>(홍상수)의 권해효 배우 등이 선정되었고 주연상은 최종적으로 윤주상 배우가 수상했다. 여우주연상 부문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아침바다 갈매기는>의 양희경 배우, <딸에 대하여>(이미랑)의 오민애 배우를 포함한 6명의 배우들이 후보로 선정된 가운데 오민애 배우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의 윤주상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의 윤주상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여우주연상에는 영화 <딸에 대하여>의 오민애 배우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 사진. © 이상윤
여우주연상에는 영화 <딸에 대하여>의 오민애 배우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 사진. © 이상윤
다음으로 주목할 만한 수상은 ‘음악상’ 부문이다. 사실 부문까지 만들어 독립영화의 음악적 성취를 가리게 된 것은 지극히 최근에 생겨난 현상이다. 독립영화의 한정된 제작비라는 조건에서 과거 독립영화에서는 수려한 영화 음악까지 기대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영화음악의 역사를 가진 한국 영화의 특징과 맞물리는 일이기도 하다. 그만큼 영화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인력도 부족했던 것이다. 최근 독립영화들에서는 음악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고려된다. 전직 아이돌들이 과거에서 겪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힘을 낼 시간>(2024)을 연출한 남궁선 감독을 포함 몇몇 감독들은 영화 속 노래의 작사를 직접 쓰는 방식으로 영화 음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들꽃영화상에서도 음악 부문은 불과 2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현재 음악상은 가장 우열을 가리기 힘든 부문 중 하나로 고려될 정도로 매년 더 경쟁이 심해지는 부문이다.

이러한 경쟁을 거쳐 올해 음악성에 선정된 작품은 <은빛살구>(정만민)다. 상은 인디 뮤지션이자 <은빛살구>의 음악감독 김사월이 수상했다. <은빛살구>는 정만민 감독의 KAFA 졸업 프로젝트로 이혼한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빌려간 5천만원을 받아내러 떠나는 웹툰 작가 지망생의 이야기다. 김사월은 뮤지션으로서의 그녀 특유의 몽환적이고도 서정적인 음악색과는 달리 영화의 절실하고도 코믹한 가족의 분위기를 잘 살린 트랙들로 올해 영화상에서 음악상을 받았다.
들꽃영화상에서 2년 전에 만들어진 음악상은 영화 <은빛살구>의 음악감독 김사월이 받았다. / 사진. © 이상윤
들꽃영화상에서 2년 전에 만들어진 음악상은 영화 <은빛살구>의 음악감독 김사월이 받았다. / 사진. © 이상윤
마지막으로 대상은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을 기록한 <아침바다 갈매기는>에게 갈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다큐멘터리 <되살아나는 목소리>가 수상했다. <되살아나는 목소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제노동 피해자 등 일제 강점기가 낳은 피해자들의 증언을 기록하는 작품으로 역시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를 비롯한 영화제들에서 주목과 찬사를 받았던 작품이다. 이번 <되살아나는 목소리>의 대상 수상은 여러 군데에서 수상했던 작품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았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작품을 발굴하고 조명하겠다는 들꽃의 의지가 담긴 수상 결과로 보인다.

내년의 들꽃영화상이 이미 그립다. ‘그립다’고 표현한 것은 내년에 행사가 치러질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지만, 이 상이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영화산업도, 들꽃의 상황도 아주 희망적이진 않지만 그럼에도 몇몇 후원사는 이미 내년 영화상의 지원과 도움을 약속했다. 사실상 돌이켜보면 들꽃은 지금처럼, 늘 없어질 듯 살아남을 듯, 위태롭지만 꿋꿋하게 우리에게 돌아왔던 것 같기도 하다. 위태로움이 없는 영화상이 가장 이상적이겠으나 그래도 확실한 것은 들꽃은 언제나 주목받아야 마땅한 영화인들과 영화들을 찾아내고, 찾아올 것이라는 사실이다. 올해 들꽃에서 탄생한 또 다른 수상작들과 창작자들이 바로 그 증거이자 단서가 아닐까.
제12회 들꽃영화상 포토존. / 사진. © 최윤정 에디터
제12회 들꽃영화상 포토존. / 사진. © 최윤정 에디터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