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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침체 각오…야데니 "이미 약세장"?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지난주 미국의 2월 고용보고서는 약간 불안했습니다. 신규고용이 15만 개를 넘는 등 나쁘지 않았지만, 광의 실업률(U6)이 8%까지 오르는 등 걱정할만한 징후가 있었죠. 이렇게 둔화하는 고용을 반전시키려면 정책 부양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통화정책을 맡은 미 중앙은행(Fed) 제롬 파월 의장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재정 정책을 책임지는 트럼프 대통령은 부양책은커녕 관세, 지출 감축 등에서 물러설 기미가 없습니다. 그는 지난 주말 "과도기가 있을 수 있다"라며 단기 고통 가능성을을 경고했습니다. 10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에서 투매가 발생한 이유입니다. TD증권은 "몇 주 전만 해도 미국 경제 재가속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이제 R(Recession, 경기 침체)이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시장 분위기는 성장 열광에서 절망으로 바뀌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 증시는 얼어붙었습니다. S&P500 지수는 지난주 3.1% 급락해 작년 9월 이후 최악의 1주일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1% 넘는 폭락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주말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을 진정시킬 기회가 있었지만 거부한 탓입니다.
▶(경기 침체를 예상하느냐) "그런 것을 예측하는 걸 싫어한다. (이런 일에는) 과도기가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부(富)를 미국으로 되돌리는 큰일이며 거기엔 시간이 조금 걸린다"
▶(증시에 관한 생각은) "내가 해야 할 일은 강력한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증시를 계속 볼 수는 없다. 중국을 보면 그들은 100년을 내다보는 관점을 갖고 있다"
▶(기업들이 관세에 대한 명확성을 원하는데) "관세를 올릴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다르다. 올릴 수도 있고, 내 생각에 내리지는 않을 것 같다"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올리지 않을까?)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금리는 떨어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관세 부과, 예산 삭감 등으로 경기가 둔화할 수 있지만 고수하겠다는 얘기였습니다. 폭스 인터뷰를 들은 기자들이 경기 침체에 관해 캐묻자 "물론 주저한다. (침체가 올지) 누가 알겠냐"라며 관세가 미국을 부자로 만들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뿐이 아닙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NBC 인터뷰에서 관세 영향에 대해 "혼란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외국 상품은 조금 더 비싸질 수 있지만, 미국 상품은 더 저렴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은 지난주 "경제가 약간 둔화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정부 지출에서 민간 지출로 이동함에 따라 해독되는 기간(Detox Period)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죠. "증시에서 말하는 '트럼프 풋'(트럼프의 시장 지원)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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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관세 부과를 고수하는 가운데,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미국 농산물에 대해 예고한 보복 관세(최고 15%)가 오늘 발효됐습니다. 수요일에는 철강, 알루미늄에 25%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합니다. 캐나다, 멕시코, 한국과 일본 등이 주요 타겟입니다. 그리고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캐나다에 대해 언제든 상호관세가 먼저 부과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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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금융사들은 경제 전망을 바꾸고 있는데요. 골드만삭스, 모건 스탠리, JP모건 모두 모두 1분기 또는 올해 연간 GDP 예측치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이 오르고 소비(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경제 둔화는 불가피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로 인해 미국에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하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구에 따르면 2017년 세탁기 관세는 삼성과 같은 회사에서 미국에 약 1800개 일자리를 창출했다. 하지만 (세탁기 가격 인상으로) 미국 소비자에게 연간 약 15억 달러, 일자리 1개당 8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이 청구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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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증시 전망도 흐리게 만들고 있는데요.
바이탈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워싱턴의 정책에 대한 우려가 엄청나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트럼프 정책이 앞으로 몇 년 동안 중장기적 성장을 가져올 것이란 것이고,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것들이 완전히 잘못된 정책이어서 단기적으로 엄청난 역풍을 일으키고 경기 침체를 악화시켜 기업 이익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당장의 기술적 조건은 과매도, 극도로 악화한 투자심리, 위험을 줄인 포트폴리오 등으로 반등을 뒷받침하지만, 거시적 상황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라면서 "경제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하는 랠리는 매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RBC캐피털마켓은 S&P500 지수의 약세 사례를 기존 5775에서 5600으로 낮췄습니다. 로리 칼바시나 전략가는 그러면서 최대 20%까지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약세 사례의 위험이 커졌다. 시장이 연말 6600으로 마감하리라 생각하지만, 그 사이 몇 차례 5%, 10% 하락하고 반등할 것으로 봤다. 이제 10% 하락보다 더 나쁜 상황이 올 위험이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14~20%까지 내릴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주가가 바닥을 치려면 하드 데이터(고용 등)에서 회복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나타나야 하며, 투자심리와 밸류에이션, 기업 이익 전망에서 바닥을 쳤다는 더 명확한 징후가 나타나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HSBC는 “미 대선 이전에 우리는 트럼프의 승리가 미국 예외주의를 강화하리라 생각했다. 오늘 우리는 2025년 초에 소규모 '기업 이익 침체'기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에 기반해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등급을 중립으로 낮춘다. 대신 유럽(영국 제외)을 비중축소에서 비중확대로 높인다"라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S&P500 지수가 관세 우려와 재정 지출 감소로 인해 상반기 5500까지 떨어지지만, 연말 6500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해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시장이 성장 위험을 계속 고려함에 따라 경로가 불안정할 가능성이 크며, 개선되기 전에 악화할 수 있다"라며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S&P500이 20%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20% 조정은 약세장 전환을 뜻합니다. 윌슨은 "(아직) 우리는 거기에 있지는 않지만, 상황은 빠르게 변할 수 있으므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약세장 상황에서 얼마나 내려갈 수 있을지 예측하는 게 좋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강세론자' 에드 야데니는 월가에서 두 번째로 높은 연말 S&P500 지수 7000을 전망하고 있는 사람인데요. 오늘 "S&P500이 (최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다음 날인 지난 2월 20일 약세장이 시작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여전히 소비자와 경제의 회복력에 베팅하고 있지만, 문제는 트럼프의 정책이 놀라울 정도로 회복력이 강했던 경제에 스트레스 테스트를 가하면서 침체 두려움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시행 중인 정책(연방정부 해고, 관세)은 경기 침체 결과 위험을 증가시킨다. 침체 시나리오 확률을 지난주 20%에서 35%로 높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야데니는 또 더는 Fed 풋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에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반복해서 말하고 있죠. 다만 그는 "트럼프 월드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라면서 "1962년과 1987년에 발생한 '플래시 크래시'(갑작스러운 폭락)와 같을 수 있다. 빠르게 발생하고 마찬가지로 빠르게 반전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미 증시가 조정을 겪는 게 중국 AI 충격 탓이란 얘기도 나옵니다. 중국 스타트업인 모니카는 지난 5일 AI 에이전트인 '마누스(Manus)'를 내놓았는데요. 수십 개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또 다른 딥시크 순간'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딥시크 출현은 미국 예외주의의 정점이다.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자본지출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 수익률(ROI)이 하락하고 있다. AI 투자에 따른 생산성 향상은 2026년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S&P500 기업의 직원 1인당 실질 매출 증가율은 단 1%에 불과하다). 생산성 향상보다 먼저 일어나는 것은 감원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아침 11시가 다가오자 시장은 약간 더 긴장했습니다. 최근 관세 우려로 인플레이션 기대가 올라가고 있는 가운데 뉴욕 연방은행의 2월 소비자 조사 결과 발표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인플레이션 기대를 제외한 나머지 질문에 대한 응답이 좋지 않았죠.
▷가계의 재정 상황에 대한 기대는 2월에 상당히 악화하였습니다. 1년 뒤 재정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는 가계의 비율은 27.4%로 증가하여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평균 실업률 예상치(실업률이 1년 후 더 높아질 평균 확률)는 전달보다 5.4%포인트 높아진 39.4%에 달했습니다. 이는 2023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향후 3개월 동안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확률은 1.3%포인트 증가한 14.6%에 달했습니다. 이는 2020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종일 금리가 폭락세를 보였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로 '안전자산' 채권에 대한 수요가 몰린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하락"을 자랑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오후 3시 45분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9.7bp 하락한 4.221%, 2년물은 10.6bp 내린 3.896%에 거래됐습니다. 10년물은 장중 한때 4.198%까지 떨어졌습니다.
채권 수익률에는 12일 공개될 2월 소비자물가(CPI)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월가는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2% 오를 것으로 봅니다. 1월(0.4%, 3.3%)보다 약간 둔화하는 것입니다. 달걀값 상승으로 식품 물가가 여전히 높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휘발유 가격 하락이 이를 상쇄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좋은 수치가 나와도 시장이 좋아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웰스파고는 "2월 CPI 발표는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초기 맛보기'에 불과할 수 있다. CPI는 2월 전년 대비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번 봄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계속 흘러내렸습니다. 오후 3시 10분 나스닥 지수의 하락 폭이 5%에 근접했는데요. 이후 약간의 반등이 나타났습니다. 결국, S&P500 지수는 2.69%, 다우는 2.08% 내렸고요. 나스닥은 4.0% 폭락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 막판 S&P500 지수는 반등했습니다. 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이 6월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반등세가 이어질 수 있을까요?
침체 확률이 높아진 건 맞습니다. 골드만삭스는 12개월(이내) 경기 침체 확률을 15%에서 20%로 높였습니다. 골드만은 "트럼프 행정부가 훨씬 더 나쁜 경제 데이터에 직면하더라도 지금의 정책에 전념한다면 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JP모건은 올해 경기 침체 위험을 연초 30%에서 40%로 높였습니다. JP모건은 "극단적인 경제 정책으로 인해 올해 경기 침체에 빠질 실질적인 위험이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두 곳 모두 경기 침체는 아직 기본 시나리오는 아닙니다.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지켜볼 때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WSJ의 자본시장 담당 기자인 제임스 매킨토시는 "투자심리가 악화했을 때는 종종 주식을 할인해서 사기에 좋은 시기다. 그러나 지금 이런 관점에는 세 가지 위험이 있다"라고 썼습니다.
① 주가가 그렇게 많이 하락하지 않았다. 주식은 여전히 향후 12개월 동안 추정 수익의 21배에 육박한다.
② 트럼프 정책의 나쁜 부분, 특히 관세는 기업을 마비시키고 소비자를 두렵게 만들고 있다. 이들의 경제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면 훨씬 더 나쁜 무언가의 시작이 될 수 있다.
③ 트럼프 정책의 좋은 부분인 감세는 의문이다. 의회는 감세 연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뭐가 정확히 낮아질지 불분명하다.
JP모건의 트레이딩 데스크도 "지난주 2024년 9월 이후 최악의 주간 하락을 기록한 뒤여서 계속된 하락보다는 반등이 더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반등은 매도되어야 한다. 경제는 둔화하고 있으며, 무역 전쟁은 시장과 경제 모두에 명확한 부정적 요소로 남아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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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 속에 달러는 연일 하락세를 보입니다. 오늘은 0.1% 올라 달러인덱스가 103.93로 소폭 반등했지만요. 약달러는 달러 유동성이 해외에 풀린다는 걸 의미합니다. 실제 유럽, 중국 시장은 최근 급등하면서 미국 증시와의 차이를 벌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