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감시 극심했던 1980년대 동독 배경
비밀경찰 '비즐러'가 두 연인 감청하며
마음이 동요하기 시작해
미묘한 관계 좁은 무대 위 숨 막히게 그려지고
이동휘의 섬세한 감정 연기도 매력적
2025년 1월 19일까지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
연극 '타인의 삶' 속 주인공 비즐러는 그중에서도 유독 차갑고 철두철미한 슈타지 비밀경찰이다.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고문도 서슴지 않고, 오히려 고문이 좋은 취조 전략이라고 가르치는 냉혈한이다. 그런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감청과 감시. 그 대상은 연인 사이인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과 인기 배우 크리스타다.
영화가 원작인 작품이 무대에 오르며 미묘한 매력이 더해졌다. 도청으로 이야기를 엿듣는 비즐러는 두 연인 바로 옆에 서서 귀를 기울이지만 드라이만과 크리스타는 눈앞에 그를 보지 못한다. 같은 공간에서 모든 비밀을 공유하면서도 서로를 보지 못하는 이들의 관계가 좁은 무대에 놓여 더욱 숨 막힌다. 영화처럼 다양한 배경을 사용하지 못하는 연극 무대의 한계가 단점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더욱 피 말리게 그리는 장치가 된다.
연극의 한계를 역으로 영화에서 느끼지 못하는 새로운 장점으로 승화시킨 '타인의 삶'. 피 말리는 딜레마에 객석은 숨 쉬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숨죽이게 된다. 공연은 2025년 1월 19일까지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티켓은 전석 7만7000원.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