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생생하다. 독일 유학 막바지이던 2015년 기숙사 원룸. 자그마한 노트북 앞에서 마음을 졸이며 쇼팽콩쿠르 온라인 중계를 봤었다. 배울 점이 많았다. 모든 연주자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각자의 색깔로 쇼팽의 작품을 연주했다. 그때 조성진의 연주는 매 라운드 눈부셨다. 본선까지 모든 경연이 끝나자, 결과 발표 전에 강한 확신이 들었다. ‘와, 우승이다.’

조성진. 이제는 이름만으로 전 세계 클래식 애호가를 설레게 한다. 함께 음악을 만드는 동료나 지휘자 또한 조성진의 연주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여러 번 함께 작업한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는 “조성진은 특별하다”고 말한다.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11월 내한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조성진을 치켜세웠다. “조성진은 보기 드문 피아노의 시인이다.”
지난 5월 체코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2024'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독주회를 열었다 / 사진. ©Pražské jaro/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2024/Petra Hajská
지난 5월 체코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2024'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독주회를 열었다 / 사진. ©Pražské jaro/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2024/Petra Hajská
조성진이 현재 서 있는 땅

쇼팽, 드뷔시, 모차르트, 슈베르트, 리스트, 헨델까지. 그를 잘 표현하는 음악과 함께 한 정규 음반을 연이어 경험하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특히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헨델의 작품에 대한 접근은 아무도 대체할 수 없는 결과물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해온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커리어는 이제 더 위로 갈 곳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