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자율주행업계 최강자인 구글 웨이모에 아이오닉 5를 공급한다. 웨이모의 요구대로 자율주행 차량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은 ‘자율주행 차량 파운드리 사업’의 첫 성과가 나온 셈이다.

○자율주행 특화된 아이오닉 5 공급

아이오닉 5, 구글 웨이모에 공급…현대차 '자율주행 파운드리' 시동
현대차는 4일 미국 알파벳의 자회사인 웨이모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웨이모의 6세대 완전자율주행 기술인 ‘웨이모 드라이버’를 적용한 아이오닉 5를 제작한다. 웨이모는 이 차량을 자율주행택시 서비스인 ‘웨이모 원’에 투입할 계획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자율주행택시 700여 대를 운행하는 웨이모는 재규어와 크라이슬러, 지커 등으로부터 차량을 공급받고 있다. 이 리스트에 현대차가 추가된 것이다.

현대차는 이 차량을 조만간 문을 여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기존 아이오닉 5와 달리 하드웨어 이중화, 전동식 도어 등 자율주행 전용 사양이 들어간다. 자율주행 아이오닉 5는 미국 네바다주에서 미국 운전 면허 시험을 통과하기도 했다. 웨이모는 내년 말 웨이모 드라이버가 적용된 아이오닉 5에 대해 도로 주행 테스트를 한 뒤 실제 운행에 투입할 계획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는 “아이오닉 5는 웨이모의 혁신 기술을 구현하는 데 가장 이상적인 차량”이라며 “이번 파트너십을 시작으로 추가적인 협업 기회를 적극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파운드리 사업 시작”

웨이모에 자율주행 전기차를 공급하는 건 지난 8월 현대차가 ‘자율주행차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한 뒤 나온 첫 성과다. 이번 웨이모에 공급될 아이오닉 5의 초기 물량은 많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웨이모가 자율주행업계의 선도기업이고, 관련 시장이 대폭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공급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협력이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규정된 것도 다년간 차량을 공급한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중국 지리자동차의 자회사인 지커가 웨이모 차량 공급사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쓰는 커넥티드카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가 미국 주요 도시를 달리며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도록 미국 정부가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지커가 퇴출되면 현대차의 공급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현대차는 2031년까지 자율주행 최적 차종을 개발해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의 진출을 확장할 계획이다. 미국 자회사 모셔널을 통해 자율주행기술을 고도화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중장기적으로 직접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벌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송창현 현대차그룹 AVP본부장(사장)은 “웨이모는 자동차 파운드리 사업에서 수주할 수 있는 최고의 고객”이라며 “앞으로 글로벌 자율주행 기업에 완전 자율주행에 가까운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구현이 가능한 차량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