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주도 연정 국정 윤곽…'EU 이민정책 거부' 추진에 갈등 예고
주이스라엘 공관 '예루살렘 이전' 추진…"우크라 군사지원은 계속"
네덜란드 새정부 '극우 본색'…"가장 엄격한 망명체계 구축"
극우 정당이 주도하는 네덜란드의 새 연립정부가 16일(현지시간) '역사상 가장 엄격한' 이주민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극우 성향 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연정에 참여하는 다른 3개 정당과 합의한 국정운영 방향을 발표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새 정부는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네덜란드에 도착하는 망명 신청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 허가는 물론 외국인 유학생의 국내 대학 입학 조건도 더 까다롭게 고칠 계획이다.

빌더르스 대표는 "망명 신청자에게 네덜란드는 덜 매력적인 곳이 될 것"이라며 "아프리카나 중동에서 온 이들이 네덜란드가 아닌 다른 나라를 (망명지로) 생각하도록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세계 1위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 ASML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 등으로 직원 유치가 어려워져 본사 이전을 검토할 수 있다고 공개 경고했지만 새 정부는 반이민 노선을 굽히지 않았다.

합의안에는 특히 "EU 망명·이민 정책에 대한 이행 거부권(opt-out clause)이 가능한 한 빨리 EU 집행위원회에 제출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EU 27개 회원국 간 난민 강제분담 등을 골자로 한 '신(新)이민·난민 협정'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 협정은 진통 끝에 최근 입법 절차가 마무리돼 2026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폴란드와 헝가리에 이어 네덜란드도 '거부' 대열에 합류하면서 EU 내 갈등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에릭 마메르 EU 집행위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새 협정은 (회원국) 투표로 확정됐으므로 이행돼야 한다"며 "집행위는 제대로 된 이행이 보장되도록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서는 국제적으로 합의된 목표는 지키겠지만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추가적인 제한은 두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소극적' 기후정책을 추구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공방송 예산을 포함해 2028년까지 총 140억 유로(약 20조5천억원)의 예산 지출 삭감도 목표로 제시했다.

외교·국방 분야와 관련해서는 현재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주이스라엘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계획이 포함됐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중 요르단 일부였던 동예루살렘을 장악한 뒤 서예루살렘과 병합해 수도로 삼고 있으나 국제사회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 탓에 외국 대사관은 수도 텔아비브에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치·군사적 지원은 계속 이어 나가는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비 지출 가이드라인인 '국내총생산(GDP) 최소 2%' 기준을 네덜란드의 법적 목표로 명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 방위비 기준은 재집권 가능성이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럽을 압박하며 요구한 조건이다.

'유럽판 트럼프'라고도 불리는 빌더르스 대표가 이끄는 PVV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하원 150석 가운데 37석을 확보해 1위를 차지했다.

이후 반년간 이어진 협상 끝에 전날 자유민주당(VVD), 신사회계약당(NSC), 농민시민운동당(BBB)과 연정을 꾸리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PVV 주도의 새 연정은 하원 150석의 절반을 넘는 88석을 확보했다.

아직 차기 총리가 결정되지 않은 데다 내각 구성을 위한 추가 협의가 필요해 새 정부 정식 출범까지는 적어도 한 달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통상 총선 1위 정당 대표가 총리 후보로 우선 추천되는 게 관례다.

하지만 빌더르스 대표는 연정 협상 정당들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해 연정 구성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총리직 도전을 포기했다.

차기 총리 후보로는 이번 연정 협상 중재에 관여한 로날트 플라스터르크 전 교육장관이 거론된다고 dpa, AF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