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이기는 건 없다"…베네치아산 썩은 과일로 가득찬 일본관, 무슨 일? [2024 베네치아 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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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리뷰
국가관 하이라이트 - ② 일본관
日 작가 모리 유코·韓 이숙경 예술감독
지난해 광주비엔날레 이후 다시 손잡아
물의 무한한 순환 강조한 '누수'
과일 썩는 과정 그대로 담은 '부패'
국가관 하이라이트 - ② 일본관
日 작가 모리 유코·韓 이숙경 예술감독
지난해 광주비엔날레 이후 다시 손잡아
물의 무한한 순환 강조한 '누수'
과일 썩는 과정 그대로 담은 '부패'
"세상에 물보다 부드럽고 여린 것이 없다. 하지만 굳고 강한 것을 공격하는 데는 물을 이길 수 있는 것이 없다."
중국의 사상가 노자(老子)가 남긴 말이다. 개별 존재로서의 힘은 미미하지만, 수만개의 물방울이 두들기면 제아무리 단단한 돌이라도 뚫리기 마련. 마음 어딘가에 역사적 앙금이 단단히 자리 잡은 한·중·일 3국의 관계에서도 통할 말이다.

모리는 일상의 평범한 사물을 활용해 만든 기계 장치 작품으로 잘 알려진 작가다. 지난해 이숙경 관장이 총감독을 맡은 광주비엔날레에 선보인 'I/O'(2011~2023)도 마찬가지. 천장에서 바닥까지 긴 종이를 걸고,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선풍기를 작동시켜 이를 흩날리게 한 독특한 작품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로써 모리와 이 관장은 광주와 베네치아에서 2년 연속 인연을 맺게 됐다.

일본관의 독특한 건축 형태가 전시에 의미를 더했다. 건물 가운데 뚫린 구멍을 통해 물을 담은 호스가 전시장 안팎을 오가고, 빗물이 새로 흘러들어오는 등 물의 무한한 순환을 표현하면서다. 작가는 "물은 때로 사람들 사이의 왕래를 가로막지만, 역설적으로 모든 사람을 연결한다"고 했다.

전시는 "현지화와 세계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며 호평받았다.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설치미술의 멋을 뽐내면서, 동시에 베네치아에서 공수한 소재들로 현지 맞춤형 전시를 기획한 결과다. '누수'에 사용된 각종 잡동사니는 현지 철물점에서, '부패'에 등장하는 과일은 지역 청과점에서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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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안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