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지난해 4분기 순이익에서 케이뱅크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출범한 ‘막내 인터넷은행’ 토스뱅크가 2017년 나온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를 이익 규모에서 추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는 토스뱅크와 올해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실적 ‘턴어라운드’에 나서겠다는 케이뱅크 사이의 경쟁 구도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토스뱅크, 분기 순익 인뱅 2위 등극…인터넷은행 지각변동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의 작년 4분기 순이익은 124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86억원)에 처음으로 분기 단위 흑자를 기록한 이후 두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토스뱅크는 수익성을 더욱 강화해 올해는 출범 이후 첫 연간 흑자를 내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케이뱅크는 지난해 4분기 25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케이뱅크의 분기 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2021년 1분기(-123억원) 후 11개 분기 만이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에선 케이뱅크(128억원)가 토스뱅크(-175억원)를 앞섰지만 분기 단위로는 최초로 토스뱅크에 따라잡혔다. 지난해 4분기 757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카카오뱅크에 뒤이어 '2위 인터넷은행'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업계에선 토스뱅크와 케이뱅크 사이의 실적 역전이 일시적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인터넷은행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가입자 수에서 토스뱅크가 빠른 속도로 케이뱅크를 따라잡고 있기 때문이다. 토스뱅크 가입자는 작년 말 기준 888만 명으로 4년 일찍 출범한 케이뱅크(953만 명)를 바짝 뒤쫓고 있다.

다만 케이뱅크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특히 케이뱅크가 작년 4분기 적자를 낸 것은 올초 은행장 교체를 앞두고 이전까지 누적된 부실을 한꺼번에 비용으로 처리하는 ‘빅배스’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케이뱅크는 충당금 적립액을 2022년 1361억원에서 지난해 2927억원으로 115% 늘렸다. 케이뱅크의 충당금 적립 전 이익은 같은 기간 2318억원에서 3314억원으로 35.2% 불어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관건은 케이뱅크의 IPO 성공 여부다. 업계에선 케이뱅크가 상장에 성공하면 그 즉시 대출 여력이 9조~10조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보다 약 1.7배 커지는 것이다. 케이뱅크가 3년 전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중 일부(7250억원)가 그동안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했는데, IPO 후에는 자기자본에 포함돼 위험 감수 여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케이뱅크가 IPO에 성공하면 대출 순증 여력은 9조8000억원 확대된다”며 “중장기 성장동력이 크게 제고될 것”이라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