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휑해 보여도 원래는 학생들로 가득 차는 공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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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의대 손혁준 교수가 '의대 증원의 비현실성을 보여주겠다'며 실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본과 1학년 학생들이 6~7명씩 조를 이뤄 해부학 실습을 하는 이곳에는 실습대 10개가 놓여 있고, 실습대마다 모니터가 부착돼 있었다.
교수가 먼저 시범을 보이면 영상이 이 모니터에 송출돼 학생들이 실습대 위에 놓인 해부용 시신에 처치를 따라 해보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고 한다.
손 교수는 "항균 장치과 환기 시설 등 각종 설비들이 들어가는 이런 복잡하고 비싼 시설을 앞으로 어떻게 단기간에 더 만들겠다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며 "50여명의 학생으로 진행되는 수업 때도 붐비는데 200명을 어떻게 수용하라는 건지 (정부가) 대책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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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증원이 이뤄질 경우 충북대만 하더라도 앞으로 최소 해부학 교수 4명과 조교수 4명이 추가 채용돼야 한다는 게 손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 모든 요건이 갖춰지더라도 학생들이 실습을 할 수 있는 충분한 해부용 시신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정부는 시신을 수입해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이는 시신을 사고팔 수 있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시신 기증 의사를 밝힌 고인과 유족에 대한 모독"이라며 "현재도 실습대에서 학생들이 시신 한 구를 둘러싸고 옹기종기 모여 실습하는데 똑같은 수의 시신으로 200명을 어떻게 가르치라는거냐"고 말했다.
현행법상 시신은 기증자가 특정 기관을 지정해 기증할 수 있다.
충북지역엔 1천500명가량이 기증 서약을 했고, 충북대에 매년 기증되는 시신은 15구 정도다.
손 교수는 그러면서 "학생들이 수업에 나오지 않으면 교수로서 존재가치가 없다"며 "정부가 의대 증원을 포기하지 않으면 저 역시 사직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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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영환 충북지사는 내년에 입학하는 의대생이 2년간의 의예과 과정을 거쳐 본과 1학년에 오르기 전 3년 동안 교육 시설과 인력을 차질 없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부족한 해부용 시신에 대해선 "해부학 교실의 시신을 1년에 100명 이상 더 기증받는 운동을 전개해 대학에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충북대는 정원 확대에 대비해 현재 4층인 의대 2호관 건물을 증축해 교육 공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오송 캠퍼스 시설과 의대 내 유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해부 실습 등 부족한 교육 기구에 대해서도 예산을 더 투입해 부족함이 없도록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충북대 의예과 학생 90여명은 지난 4일 개강 이후 계속 수업에 나오지 않고 있으며, 이날 개강한 본과 학생 200여명 대부분도 수업을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현재까지 충북대병원·의대 교수 300여명 가운데 5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대병원엔 전체 의사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전공의 148명이 여전히 출근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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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