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루에서 태어난 금수저들'은 앞으로 이렇게 살아라 [서평]
미국의 한 상원의원이 대학 강연에서 청년들에게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면 부모에게 돈을 빌리는 것을 망설이지 마라"고 조언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는 부모로부터 수만 달러를 빌릴 수 있는 청년들이 그 자리에 별로 없다는 것을 몰랐다. 돈이 아무런 제약사항이 아닌 세상에서 사는 그에겐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창의력과 진취성이었다. 그것만 있으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돈은 부모 등으로부터 쉽게 구할 수 있어서다.

<억만장자가 사는 법>의 저자 척 콜린스는 이같은 사람들을 '3루에서 태어난 자들'이라고 부른다. 이 책의 원제(Born on Third Base)기도 하다. 콜린스는 부가 전적으로 개인적 행위의 결과란 믿음은 신화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타고난 부자들의 부와 행복의 주된 원천은 공공의 부 혹은 공유지나 공유자원이라는 주장이다.

책의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저자 스스로 '3루 출신'이라는 점이다. 시카고 출신 정육업자 대부호 집안에서 태어나 돈 걱정 없이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자란 저자는 26세에 문득 본인에겐 숨쉬는 공기처럼 당연했던 특권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상속받은 유산을 기부한 뒤 불평등 문제를 연구하고 사회운동가로 활동해 왔다.
'3루에서 태어난 금수저들'은 앞으로 이렇게 살아라 [서평]
책이 타깃으로 삼는 독자는 부자다. 즉 상위 1~5퍼센트 안에 드는 자산가들이다. 저자는 부자들에게 자선이나 이타주의를 애원하는 대신, 그들의 이기심을 위해서라도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현재와 같은 불평등은 인류가 다음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란 설명이다.

부자들이 따라야 할 구체적인 해결책도 제시한다. 집으로 돌아와서 투자를 약속하고, 지분을 내놓고, 모든 사람을 위해 작동하는 경제를 위해 일할 것을 요청한다. '집으로 돌아온다'는 건 그들이 가진 부를 지역사회에 분배하고 마땅히 내야 할 세금을 내는 것을 뜻한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경제와 투기금융자산에 타자한 자본을 거둬들여 지역 식량 및 에너지 체계, 협동조합 등과 같이 부의 분배를 확대하는 사업체와 지역경제에 재투자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본인을 비롯해 주변의 수많은 억만장자와, 억만장자와 연대하는 이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는 방식으로 책을 썼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기 지루하지 않다. 다만 부자는 모두 특권층이라거나, 특권층이 아니면 절대 부자가 될 수 없고 그들의 부를 사회적으로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종의 구호에 가까울 뿐 현실적인 불평등 해소법이 되진 못하겠단 인상을 지우긴 어렵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