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도원(武陵桃源)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별천지를 뜻한다. 그러나 여행으로 무릉도원에 닿는 법이 있다. 바로 영월로 향하는 것. 영월군에는 실제로 무릉도원면이 있기 때문. 언제, 누구에 의해 불리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이 정도의 비경이라면 무릉도원이라는 이름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으리라. 우아한 곡선으로 이어지는 영월의 산과 계곡, 그 아름다움에 마음껏 취할 시간이다.

자연이 빚어낸 작품

누가 이리도 정성껏 빚어놓았을까? 영월을 여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작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한 경관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
한반도를 쏙 빼닮은 한반도지형./사진=지다영
한반도를 쏙 빼닮은 한반도지형./사진=지다영
실제로 영월에서는 국가가 보전해야 할 뛰어난 경치를 가진 장소에 지정하는 국가지정 명승을 도처에서 만날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한반도지형. 서강이 땅을 휘감아 도는 모습이 영락없는 한반도의 모습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동고서저인 지형까지 완벽하게 빼닮은 모습이 이색적이다.

영월의 절경을 완성하는 것은 굽이치며 흐르는 동강이다. 자연이 오랜 세월 완성한 기암절벽과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강물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여행자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동강 상류의 어라연으로 향하면 이 비경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영월10경 중 한곳으로 꼽히는 선돌은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70m 높이의 절벽을 잘 벼른 칼로 반듯이 잘라 두 개의 기암괴석으로 나뉜 듯한 형상이다. 절벽과 입석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동강의 풍경은 마치 수묵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동강 유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기암절벽./사진=지다영
동강 유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기암절벽./사진=지다영
영월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면 바로 단종이다. 열두 살에 임금의 자리에 올랐다가 숙부인 세조에 의해 왕위를 찬탈당한 그는 영월에서 여생을 보냈다.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 그가 묻힌 장릉까지, 영월은 슬픈 역사가 서린 곳마저 아름답다.
단종의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장릉./사진=지다영
단종의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장릉./사진=지다영
단종의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장릉./사진=지다영
단종의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장릉./사진=지다영

트렌디하게, 짜릿하게

청정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 여유를 누리는 것은 영월 여행의 즐거움이지만, 그렇다고 영월을 정적인 도시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패러글라이딩의 성지로 꼽히는 봉래산 활공장./사진=지다영
패러글라이딩의 성지로 꼽히는 봉래산 활공장./사진=지다영
알고 보면 트렌디하고 다이내믹한 즐길 거리로 가득하기 때문. 특히 아웃도어 액티비티 마니아들에게 영월은 빼놓으면 안 되는 여행지다. 원시의 숲과 깎아지른 절벽 사이에서 스릴을 즐길 수 있는 동강은 래프팅의 성지로 꼽힌다.
젊은달와이파크./사진=지다영
젊은달와이파크./사진=지다영
동강에서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사진=지다영
동강에서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사진=지다영
좀 더 과감한 도전을 즐기고 싶다면 봉래산 정상의 활공장으로 향해보자. 풍향이 일정하고 착륙장이 넓어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산과 영월 시내를 발아래에 두고 하늘로 날아오르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말끔하게 날아간다. 영월에서는 강렬한 예술적 체험을 할 수도 있다. 복합예술공간 젊은달와이파크의 ‘붉은 대나무숲’으로 향해보자. 현대미술가 최옥영이 기획한 공간으로, 작가의 시그니처 컬러인 붉은색을 과감하게 사용해 새로운 우주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붉은색 파이프가 눈길을 사로잡는 젊은달와이파크./사진=지다영
붉은색 파이프가 눈길을 사로잡는 젊은달와이파크./사진=지다영

밤에도 빛나는 영월

영월의 즐거움은 밤까지 이어진다. 오는 10월까지 이어지는 ‘영월 in the night’ 덕분이다. 영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관광지가 입장 시간을 연장해 낮과는 사뭇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거점이 되는 곳은 영월역 앞의 트래블라운지다.
진달래장에서 펼쳐지는 지역 예술가들의 공연./사진=지다영
진달래장에서 펼쳐지는 지역 예술가들의 공연./사진=지다영
영월관광센터에서 관람할 수 있는 미디어아트 작품./사진=지다영
영월관광센터에서 관람할 수 있는 미디어아트 작품./사진=지다영
평소에도 여행 리플릿 배포, 짐 보관 서비스를 제공해 영월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였지만, 주말이면 즐거운 소란으로 가득 찬다. 지역 예술가들의 흥겨운 사물놀이와 함께 지역 청년 예술가들이 창작 뮤지컬 <영월 천년>을 펼쳐놓고, 한편으로 야시장에서는 영월 특산물을 이용한 특색 있는 먹거리를 선보인다. 영월관광센터에서도 야간 개장과 함께 매주 주말마다 연극과 뮤지컬을 선보인다. 세계문화유산인 장릉과 조선시대 관아였던 관풍헌 등 문화재도 밤에 활짝 연다. 장릉은 은은한 조명 덕분에 낮과는 또 다른 고즈넉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영월관광센터의 야경./사진=지다영
영월관광센터의 야경./사진=지다영
장릉의 밤은 낮과는 또 다른 운치를 선사한다./사진=지다영
장릉의 밤은 낮과는 또 다른 운치를 선사한다./사진=지다영
영월관광센터

영월 여행을 시작하기 전 꼭 들러야 할 곳. 영월 여행에 대한 정보, 특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로컬 매장이 모여 있다. 이곳의 백미는 미디어전시관. 영월 창령사 터에서 발굴된 오백나한, 인간의 일생을 사계절로 치환해 환상적인 민화로 구현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상영한다. 이러한 ‘예습’ 끝에 돌아보는 영월은 아는 만큼 보일 것이다.
영월관광센터.
영월관광센터.
한옥카페 팔괴리

동강 변에 새롭게 들어선 카페. 한옥 전문 건축사무소에서 문을 연 쇼룸 겸 카페로, 자개장 등 전통적인 요소를 살린 내부가 멋스럽다. 기암절벽과 평화롭게 흐르는 강이 어우러진 풍경을 한옥에 앉아 감상하노라면 마치 양반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사진=지다영
사진=지다영
사진=지다영
사진=지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