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성공까지 버티는 것도 '금수저 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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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 천장
샘 프리드먼 / 대니얼 로리슨 지음
홍지영 옮김 / 사계절
472쪽|2만6000원
샘 프리드먼 / 대니얼 로리슨 지음
홍지영 옮김 / 사계절
472쪽|2만6000원
![[책마을] 성공까지 버티는 것도 '금수저 특권'](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AA.36062329.1.jpg)
이들의 공통점은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랐으며 가업과 관계 없는 분야에 도전해 성공했다는 점이다. 자라 온 환경에서 이들은 아마도 ‘별종’ 취급을 받았을지 모른다. 이들이 이룬 직업적 성공에 부모의 직접적인 지원이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이들이 풍족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더라도 별종이라고 불릴 만한 ‘무모한 도전’에 나설 수 있었을까.
저자들은 출신 계급에 따라 임금과 커리어 진전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능력’으로 포장된 ‘특권’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 것처럼 보이는 능력은 사실 매우 모호한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능력으로 여겨지는 것의 많은 부분이 특정 계급의 문화나 언어, 취향, 행동 규범 등에서 비롯한 ‘계급화된 퍼포먼스’라는 것이다.
책에선 특권이 능력으로 오인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엄마 아빠 은행’이 나온다. 예컨대 방송이나 연기처럼 불안정한 단기 계약과 저임금을 견뎌야 하는 직종에선 부모의 재력이 커리어 진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를 감당하면서 기약 없는 오디션을 기다리는 일, 소모적인 캐릭터를 거절하는 일, 무보수에 가깝지만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경력을 쌓아가는 일은 모두 든든한 배경이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사회학 교수들의 연구를 정리한 책이지만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과정 등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어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설문조사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직장 내부의 역학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한 직장 내 심층 인터뷰 등이 연구의 설득력과 생동감을 더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