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춤'이 필요한 당신에게, 깊은산속옹달샘에서의 명상은 비움과 채움을 선사한다.
요가와 통나무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참가자들./사진=성종윤
요가와 통나무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참가자들./사진=성종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세요." 사회 멘토나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이렇게 조언하곤 한다. 그러나 시끄러운 도시 한복판, 쳇바퀴 구르듯 쉴 새 없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갈수록 번아웃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그래서 아닐까. 충북 충주의 깊은산속옹달샘은 이러한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춤’의 여유를 선사하는 공간이다.

이곳은 아침편지 문화재단에서 2010년 문을 열었다. 2003년부터 매일 아침 따뜻한 편지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해온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발행하는 바로 그곳이다. 20년 동안 편지에 담아온 치유의 메시지를 직접 삶에서 실천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옹달샘에는 없는 것이 많다. TV와 냉장고, 와이파이가 없다. 꼭 지켜야 하는 규칙도 있다. 식사는 정해진 시간에만 해야 하고, 담배와 음주도 금지된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만큼은 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오롯이 집중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습관처럼 새로고침하던 스마트폰을 내려놓아 허전함과 심심함을 느끼던 이들도 차츰 고개를 들고 자연을 만끽한다. 비로소 명상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치유의 시간 속으로

깊은산속옹달샘의 아기자기한 풍경./사진=성종윤
깊은산속옹달샘의 아기자기한 풍경./사진=성종윤
깊은산속옹달샘에서 머무르는 동안의 시간은 요가와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으로 채워진다. 특히 향기, 춤, 소리, 마사지 등 오감을 사용하는 등 다른 곳에서 접할 수 없는 명상 수업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싱잉볼 명상이다. 이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그릇인 싱잉볼을 두드리면서 파장과 음에 집중하는 명상법이다. 참가자들은 손을 대고 진동을 느껴보기도 하고, 물을 담아 물의 움직임을 가만히 지켜본다. 또 나무 봉으로 싱잉볼을 두드리거나 마찰하면서 발생하는 소리에 귀 기울기도 한다. 싱잉볼에서는 금속의 날카로운 소리 대신 부드럽고 따뜻한 저음의 소리가 발생한다.

이를 듣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명상을 지도하는 김윤탁 선생님은 “싱잉볼 소리 파동이 우리 몸의 주파수와 만나면 본래의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를 회복시키는 힘이 있다”고 설명한다. 깊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던 이들이 명상을 하다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많다고.

"'사랑해'라는 말을 들려준 식물이 잘 자라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싱잉볼은 티베트에서 전해내려오는 음계를 품고 있는데, 이 소리는 우리 몸 깊숙한 곳의 세포를 리셋하는 힘이 있어요. 특히 파장이 슬픔의 주파수와 만나면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았던 마음속의 응어리가 풀어지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다른 요가와 명상 프로그램 역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 데 집중해 이뤄진다. 요가와 통나무 명상에 참여해 보았다. 프로그램을 지도하는 윤혁기 선생님의 말에 따라 차분히 동작을 취하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동작이 흔들려도 괜찮습니다. 내 몸이 배워나가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몸이 흔들릴수록 내면에 집중하면서 숨을 내쉬고 들이마셔 보세요. 차츰 몸의 중심을 잡게 되면 외부의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내 안에 집중하게 되는 힘이 생길 거예요."

생활이 곧 명상

금속 그릇의 진동에 집중해보는 싱잉볼 명상 시간./사진=성종윤
금속 그릇의 진동에 집중해보는 싱잉볼 명상 시간./사진=성종윤
옹달샘에서는 모든 생활이 수행이자 명상이다. 우리 삶의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인 음식을 먹는 일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식사에는 몇 가지 규칙이 따른다. 아침식사는 오전 8시, 점심식사는 오후 12시, 저녁식사는 오후 6시로 정해진 시간에만 가능하다. 14시간의 공복을 지키기 위해서다. 식사 중간에는 종이 울린다. 이때는 모두가 동작을 멈춘다. 이른바 침묵 명상이다. 그동안 바쁘게 식사를 하며 느끼지 못한 음식의 맛과 향을 음미하고, 잘 소화할 수 있도록 신체에도 여유를 주고, 음식이 완성되기까지 수고한 모든 이에게 감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다시 식사를 시작해도 된다’는 뜻의 종이 울리기까지 10초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짧은 침묵 속에도 그간 밥 먹는 시간조차 얼마나 서둘렀는지를 알 수 있었다.
걸으며 자연 속에서 명상을 즐길 수 있는 산책길./사진=성종윤
걸으며 자연 속에서 명상을 즐길 수 있는 산책길./사진=성종윤
여유 시간에는 도서관을 찾아 사색에 잠길 수도 있다./사진=성종윤
여유 시간에는 도서관을 찾아 사색에 잠길 수도 있다./사진=성종윤
식사 후와 여유시간에는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용서의 길, 화해의 길, 사랑의 길, 감사의 길로 이름 붙인 네 가지의 산책 코스는 30~60분 사이 여정으로 자연 명상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자주봉산, 매방채산, 남산 사이로 난 산책길은 쾌청한 산소와 함께 자연만이 줄 수 있는 위로를 전한다.
옹달샘을 찾는 이들을 향한 고도원 대표의 메시지./사진=성종윤
옹달샘을 찾는 이들을 향한 고도원 대표의 메시지./사진=성종윤
산책길 곳곳에는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글귀들이 쓰여 있어 걸으면서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게 만든다. “우리 곁에서 꽃이 피어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생명의 신비인가. 곱고 향기로운 우주가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잠잠하던 숲에서 새들이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는 것은 우리 삶에 물기를 보태주는 가락이다.” 법정스님의 <산방한담>의 한 구절을 읽다 보면, 당연한 계절의 변화라고 생각했던 자연의 한 장면도 새삼 감사한 일로 다가온다.

같은 일상, 다른 마음

참가자들을 맞이하는 웰컴센터./사진=성종윤
참가자들을 맞이하는 웰컴센터./사진=성종윤
고강도의 수련이 아니었음에도 어느새 명상하는 법이 몸에 익은 것 같다. 삶도 한 꺼풀 여유를 가지고 바라보게 된 듯한 느낌이다. 이곳을 다녀간 이들도 같은 생각을 했을까. 방명록을 들춰보았다. 자신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본 이들의 진솔한 감상이 남아 있다.

“마음이 불편한데 왜 아직도 나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속앓이만 할까요. 그러려니 하다가도 마음속 송곳이 찌릿… 여기서만큼은 고요히 비워내 보겠습니다.”

“평생을 평안을 찾으러 다녔습니다. 이제야 그 편안함이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 유한한 인생,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나에게 주신 삶을 새롭게, 감사하게, 행복하게. 여기 와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게 다 아름답고 사랑스럽습니다.”

단 며칠간의 시간이지만 마음 깊이 자국을 꾹 남겼다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 흔적이 앞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는 것도. ‘아침지기’로 불리는 옹달샘의 직원들이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바로 이런 변화가 느껴질 때라고. 첫날에는 직원들과 잘 말도 섞지 않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던 방문객도 점차 표정이 밝아지고, 어깨가 펴지고, 감사를 표하는 순간은 그 자체로 감동을 전해준다고 한다. 한 해의 출발선을 막 떠난 지금, 새로운 것을 제대로 채워 넣기 위해서 잠시 멈추고 비워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깊은산속옹달샘 고도원 대표

고도원 대표./사진=성종윤
고도원 대표./사진=성종윤
깊은산속옹달샘을 기획한 계기는.

국민의정부에서 5년 간 대통령 연설관으로 여한 없이 일을 했고, 필연적으로 에너지의 고갈을 느꼈다. 형언하기 어려운 극도의 피로감, 바로 번아웃이었다. 멈춰서 나를 돌봐야 하는 시간이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상상력과 영감이 필요한 정신 노동자들에게 휴식 공간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공간이다. 이제는 분야를 떠나 우리 사회의 모든 이들이 휴식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다.

지금 시대에 걸맞은 휴식은 무엇일까.

예전에는 휴식이 여행처럼 ‘그저 쉬는 것’을 뜻했다면, 지금의 휴식은 자기 면역력을 높이는 활동에 가깝다고 본다. 그 면역력 속에는 육체적·정신적·정서적 회복력이 포함된다. 일상에서 겪은 심한 감정기복에서 한발 떨어져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위로를 전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이 이 시대에 필요한 휴식이라고 본다.

명상 인구가 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라고 보는가.

인간 관계가 깨지고,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현상들이 생기고 있다.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코로나19 같은 질병은 말 할 것도 없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을 맨몸으로 부딪히려면 마음이 다칠 수밖에 없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일이라면 자신의 마음을 수행하는 수밖에.

자신의 마음을 평화롭게 하면 상황과 조건이 변하지 않더라도 마음이 편해진다. 훨씬 현명한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다. 감정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러한 연습은 강제로 멈추게 되기 전에 먼저 연습해야 한다. 인생에는 반드시 기름이 떨어지고 엔진이 과부하되는 순간이 필연적으로 온다. 그때 꺾이지 않으려면 멈추는 연습이 필요하다.

옹달샘 명상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옹달샘에서는 생활명상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의 모든 일상을 명상화하는 것이다. 밥 먹을 때, 독서할 때, 청소할 때 모든 것이 명상이 될 수 있다. 그 기반에는 몰입이 있다. 긴장을 풀고, 걷고 호흡하는 것 자체에 몰입하는 것. 그럴 때 비로소 유연해질 수 있다. 그리고 명상을 어떻게 하는지 제대로 배울 수 있다.

이곳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랑과 감사를 회복하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이 고요해지면 그간의 증오, 미움이 연민과 사랑으로 바뀌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곳에서의 생활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똑같은 직장과 사람을 만날 것이다. 그렇지만 상황과 조건이 그대로라고 해도 내 마음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실감할 것이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방문객이 있다면

고시를 몇 차례 응시했으나 매번 떨어지자 크게 낙심해서 찾아온 청년이 있었다. 숲을 걷고 명상하며 눈물도 흘렸지만 마음을 나누고 돌아갔다. 그 친구가 얼마 전 충주지청에 검사로 부임했다며 인사를 왔다. 이곳에서의 시간 덕분에 용기를 얻어 다시 도전할 수 있었다고 했다.

10만원한번은 사업 실패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한 이가 왔다. 떠날 때 떠나더라도 한숨 돌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찾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땅만 보며 걷던 분이 조금씩 어깨가 펴지는 것이 눈에 보이더라. 지금은 돌아가서 사업을 잘 운영하고 계신다. 내면 회복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준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