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보고서 통해 돌봄 외국인 활용·최저임금 차등적용 제언
양대 노총 "돌봄 노동자 처우 이미 열악…공공성 복원 필요"
외국인 돌봄인력에 최저임금 차등?…노동계 "근본 해법 아냐"
돌봄서비스 인력난 해소를 위해 한국은행이 외국인 노동자 활용과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제안하고 나서면서 실현 가능성 등을 놓고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이러한 대책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이미 열악한 내국인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돌봄 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최저임금위 심의 난항
이날 오전 한국은행은 '돌봄서비스 인력난·비용부담 완화 보고서'에서 고령화와 맞벌이 증가 등으로 돌봄 수요가 늘어나면서 보건·육아 서비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노동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돌봄 서비스직 노동 공급 부족 규모가 2022년 19만명에서 2032년 38만∼71만명, 2042년 61만∼155만명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에서 한은은 국내 노동자만으로는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며, 외국인 고용허가제 업종에 돌봄 서비스를 추가하고, 해당 업종의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고용허가제는 구인난을 겪는 사업주가 17개국 출신 비전문 취업비자(E-9) 외국인력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게 한 제도인데, 제조업, 농축산업, 건설업, 일부 서비스업 등으로 허용 업종이 제한돼 있다.

고용허가제 외국인도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다.

국적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이다.

ILO 협약을 어기지 않으면서 외국인 돌봄 서비스의 비용을 낮추는 방안으로 한은은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게 하는 방식이나, 돌봄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을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도 개별 가구가 가사관리사를 개별적으로 고용하는 경우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통상 최저임금보다 높게 시세가 책정돼 있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경우 현재 최저임금법에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돼 있어 법적으론 가능하다.

다만 업종별 구분은 최저임금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하게 돼 있는데,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경영계와 반대하는 노동계의 간극이 커서 합의가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해 적용한 것은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뿐이었다.

최저임금 구분 적용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인 데다, 외국인력을 염두에 두었다고 해도 돌봄 업종 전체의 최저임금을 낮추는 것은 내국인 돌봄 인력의 처우를 더 열악하게 만들 수 있어 쉽지 않은 논의가 예상된다.

외국인 돌봄인력에 최저임금 차등?…노동계 "근본 해법 아냐"
◇ 노동계 "이미 처우 열악…공공성 복원해야"
노동계도 돌봄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지적하며, 한은의 제안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5일 논평을 내고 "우리나라 돌봄 서비스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지원 정책과 대안 마련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외면하고 시장 논리만을 따른 최저임금 제외,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 '임시방편'식 정책은 불필요한 사회갈등과 분열을 야기할 뿐"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투입과 예산 편성으로 돌봄서비스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논평에서 "돌봄 노동자들은 이미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에 노출돼 있다"며 "더 낮은 임금과 더 열악한 노동조건의 이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특히 이주 노동자의 노동을 값싼 노동으로 인식하며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이주 노동자를 밀어 넣겠다는 발상은 차별적이며 반인권적인 태도"라며 결국 국내 노동자의 노동환경까지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근본적 대책은 사회의 공공성을 복원하고 이를 통해 차별 없는 노동 환경을 구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