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놀라운 혁신 잠재력을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AI에 상당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8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열린 애플 주주총회에서 한 말이다. 전일 ‘애플카’ 사업에서 전격 철수하기로 한 직후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쿡 CEO가 ‘AI’라는 단어를 공개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팀 쿡 "연내 AI 관련 중대발표"…아이폰도 AI폰 되나
지금까지 애플은 AI라는 단어 사용을 꺼렸고 ‘머신러닝’이라는 보다 학문적인 표현을 선호했다. CNBC는 이에 대해 “애플이 생성 AI를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신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애플이 수조원을 투입한 프로젝트를 자진 철회하는 수모를 겪은 만큼 AI를 향한 행보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애플이 꺼낼 비장의 무기로는 ‘애플표 AI’가 장착된 아이폰이 거론된다. 삼성전자가 쏘아 올린 ‘AI 휴대폰’ 경쟁에 애플이 본격 참전할 것이란 얘기다.

이날 쿡 CEO는 “올해 AI와 관련한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출시될 아이폰16 시리즈에 온디바이스 AI가 구현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애플은 애플카 관련 인력을 AI 부서로 배치하며 자체 AI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AI폰의 전선은 중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갤럭시S24 시리즈를 잡기 위해 중국 기업들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를 데뷔 무대 삼아 AI폰을 대거 공개했다. 샤오미는 자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인 ‘미LM’을 넣은 ‘샤오미14 시리즈’를, 아너는 ‘매직LM’을 적용한 ‘매직6 프로’를 내놨다.

중국의 AI폰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중국 기업들은 갤럭시S24와 비슷한 기능을 구현해낸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는 갤럭시가 내세운 실시간 통화 번역 기능과 비슷한 ‘실시간 음성번역’ ‘AI 회의기록’ 기능을 앞세우고 있다. 아너도 갤럭시에 적용된 구글의 ‘서클 투 서치’ 기능처럼 사진을 끌어오면 AI가 온라인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주는 기능을 넣었다. 이 밖에 화면을 쳐다보기만 해도 AI가 시선을 추적해 전화를 받거나 문자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적용됐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생성 AI 스마트폰 출하량은 2027년까지 연평균 83%씩 증가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AI폰 시장 선두주자인 삼성이 2024년 시장의 절반을 가져가고 그 뒤를 샤오미 등 중국 제조업체가 이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최초 AI폰을 표방하며 출시된 갤럭시S24는 국내에서 출시 28일 만에 100만 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