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당국, 5분 만에 현장 도착…담요로 감싸 필사의 구조



15일 오전 1시 26분께 인천시 부평구 모 요양원 6층 병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적막을 깨는 요란한 화재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요양보호사 A씨가 깜짝 놀라 병실로 달려갔을 때 창가 쪽에서는 시뻘건 불길과 함께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A씨는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된 환자의 침대를 불길에서 최대한 떼어놓으려 안간힘을 썼다.

A씨가 이불로 환자를 감싼 뒤 양손으로 침대를 부여잡고 힘껏 잡아당기는 모습은 병실 폐쇄회로(CC)TV에도 담겼다.

그사이 다른 직원이 소화기를 가져와 진화를 시도했지만 완전히 불을 끄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때부터 필사의 구조 활동이 이어졌다.

당시 6층에 입원해 있던 노인 17명은 모두 거동이 불편한 중증 환자로 자력 대피가 어려웠다.

직원들은 연기가 더 퍼지기 전에 환자 3명을 휠체어에 태우고 승강기에 실어 1층으로 내려보냈다.

화재 신고 접수 후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진화 작업과 동시에 인명 구조에 나섰다.

소방대원들은 구급용 들것은 물론 담요까지 총동원해 6층부터 1층까지 계단으로 환자들을 옮겼다.

요양원장 B씨는 "자동 화재속보설비가 정상 작동해 직원들이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며 "어르신들의 무사 대피를 도운 소방대원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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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직원들의 신속한 초동 조치와 소방당국의 구조 활동 속에 불길은 21분 만에 완전히 꺼졌다.

요양원 환자들은 당초 건물 바깥으로 대피했다가 체온 유지 등을 고려해 1층에 마련된 임시의료소로 옮겨졌다.

요양원 측은 건물 1층 복도에 이불을 겹겹이 쌓아 환자들을 보호한 뒤 7층 병실로 차례차례 이동시켰다.

이곳 요양원은 건물 6·7·9층에 입주해 있으며, 6층을 제외한 다른 층에는 불길이 확산하지 않아 별도 대피가 이뤄지진 않았다.

소방대원들은 진화 작업이 끝난 뒤에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시 계단으로 7층까지 노인들을 옮겼다.

당시 요양원 환자 C(94)씨 등 3명은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를 받고 요양원으로 무사히 복귀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 CCTV를 토대로 전기적 요인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불이 난 요양원은 지난 2일 부평소방서 소방 교육을 통해 소화기 이용법과 대피 요령 등을 익힌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요양원 직원들이 소화기로 초기 진화를 시도한 덕에 불길이 크게 번지지 않았다"며 "최근에 소방 교육이 이뤄져 직원들이 침착하게 잘 대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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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