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은 티웨이 지정·화물은 10월까지 선정…화물 인수시 업계 2위로
자회사 통합 '메가 LCC'도 변수…향후 2∼3년 항공업계 지형 요동

대한항공이 13일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에 관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이하 EU)의 '조건부 승인'을 획득하며 시정조치 이행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EU의 이번 승인은 말 그대로 '조건부'로, 대한항공이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시정조치를 완료해야만 완전한 승인을 받을 수 있다.

기한은 올해 말까지다.

EU가 내건 조건은 두 가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유럽 여객 4개 노선(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을 타항공사에 이관하고,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매각하는 것이다.

현재 유럽 여객 4개 노선과 화물사업 모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가져가게 된다.

시정조치 이행에 따라 국내 LCC 지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유럽 노선·화물사업 어디로…지각변동 앞둔 LCC업계
◇ 유럽 4개 노선, 티웨이로…'운수권 반납' 우려 시각도
유럽 여객 4개 노선을 넘겨받을 항공사로는 이미 티웨이항공이 낙점받았다.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이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인천∼파리,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인천∼프랑크푸르트 4개 노선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은 에어버스 A330-300 대형 기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오는 5월 인천∼자그레브(크로아티아) 노선 취항을 통해 장거리 노선 운항 이력도 갖출 예정이다.

여객 노선을 넘겨받기 위한 작업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EU의 '정보 요청'(RFI·Requests for Information)에 회신을 마쳤고, 유럽 현지 공항에서 근무할 직원을 채용하는 등 대체 항공사로서의 요건을 채워나가고 있다.

다만 EU의 최종 승인 기한을 맞추려면 티웨이항공도 서둘러야 한다.

4개 노선을 운항하기 위해서는 조업 계약, 지점 개설, 노선 및 운임 인허가 등을 받아야 하는데, 업계에서는 최소 수개월에서 1년 가까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운임과 서비스 경쟁력도 갖춰나가야 한다.

유럽 노선은 계절적 수요 변동이 크고 승객들의 도착·출발 공항을 예측하기 어렵다.

중동·유럽 항공사들과의 가격 경쟁도 치열하다.

여기에 국제 정세, 날씨 등 변수가 많은 만큼 운항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티웨이항공은 스카이팀, 스타얼라이언스 등 노선 공동운항을 위한 글로벌 연맹에 속해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티웨이항공이 운수권을 도로 뱉어내 EU가 마련해놓은 유럽 노선의 경쟁 제한 장치가 유명무실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 제17조는 항공사가 배분받은 운수권을 1년 중 20주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경우 운수권을 회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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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 화물사업 인수시 업계 2위로…높은 매각가·부채는 부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인수하는 항공사는 대한항공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항공화물 사업자로의 등극이 유력하다.

지난해 국적 항공사들의 국내·국제선 항공화물 운송량은 대한항공이 153만6천40t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아시아나항공(76만7천463t), 제주항공(11만9천970t), 티웨이항공(8만8천737t) 등 순이었다.

현재 물망에 오른 LCC는 제주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이스타항공 등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화물사업이 유럽 여객 사업만큼이나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이 기체와 인력을 넘긴다고 하더라도 화물사업의 핵심인 '화주 네트워크'를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화물사업은 신뢰가 필요한데, 기존 거래업체들이 이제 막 시작한 업체보다는 규모가 큰 대한항공과 새롭게 계약을 맺지 않겠느냐"라며 "곧 화물사업 2위에 들어설 경쟁업체에 대한항공이 과연 얼마만큼 지원해줄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5천억∼7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 금액과 기존 아시아나항공이 갖고 있던 1조원가량의 부채를 함께 떠안아야 하는 점도 부담 요소다.

이에 따라 현재 인수 후보로 이름을 올린 LCC는 각 사 최대주주의 자금력을 빌려 인수에 나서거나, 전략적투자자와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10월 안으로 화물사업 매수자를 선정하고 EU 검토를 요청하는 등 매각 직전까지의 조치를 마칠 계획이다.

이후 선정된 매수인에 대한 EU 경쟁당국 승인을 거쳐 거래를 완료한 뒤 실질적인 화물사업 분리 매각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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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정조치 이행 따라 항공업계 지형 바뀔듯…'메가LCC' 출범 주목
유럽 4개 노선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이 새 주인을 찾아가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결합하는 향후 2년은 국내 항공업계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대형항공사(FSC)와 LCC가 운항거리와 규모 면에서 구분됐다면 대한항공의 시정 조치안 이행에 따라 그 경계는 모호해질 수 있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결합한 '통합 LCC' 출범도 업계 지형을 뒤바꿀 커다란 변수다.

진에어는 대한항공의 자회사이며,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을 모회사로 두고 있다.

EU에 이어 미국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얻는다면 대한항공은 자회사 3사를 결합한 '메가 LCC'를 출범할 계획이다.

3사가 통합되면 현재 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보다 기체, 여객 등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3사의 기체를 모두 합치면 55대로 제주항공(42대)보다 많다.

지난해 3사가 운송한 여객 수는 1천19만3천995명으로 제주항공(736만5천835명)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901만4천981명) 여객 수를 초과한다.

3사의 노선이 다수 겹치는 만큼 포트폴리오를 재설계하고 노후 기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기단 및 노선 등은 일부 조정될 수 있으나, 통합 LCC의 탄생이 현재 LCC 경쟁 판도를 크게 뒤바꿀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3사 통합을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경쟁당국의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다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심사만큼 오랜 시간이 소요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