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 '망고'의 모습. /사진=독자 제공
김 씨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 '망고'의 모습. /사진=독자 제공
동물보호법 개정, 개 식용 종식 특별법 통과, 펫 산업의 규모 확대 등 최근 반려동물과 관련된 제도적 개선과 동시에 관련 산업 분야까지 눈에 띄게 성장하면서,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귀여운 반려동물 영상이 등장할 때마다 댓글에는 "나도 반려동물 키우는 게 소원이다", "아이들이 너무 키우고 싶어 한다" 등의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반려인과 전문가들은 "양육 비용을 고려해 반려동물 입양에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지난달 16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3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 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자의 18.2%는 양육 포기를 고려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유로는 '행동 문제'가 45.7%로 1위였고 '예상외의 지출 과다 등 비용 문제'가 40.2%로 2위를 차지했다. 이사·취업 등 여건 변화가 25%로 뒤따랐다.

지난해 반려인 가구가 한 달간 반려동물 양육비로 쓴 금액은 평균 12만6600원이었다. 고양이의 경우 한 달에 11만3000원이 들고, 개 양육비는 16만6000원으로 고양이보다 32%가량 더 많이 들었다.
김 씨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한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는 데 드는 최소 비용. 고양이의 수명은 15년으로 계산했고,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은 최소 비용이다. /표=김영리 기자
김 씨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한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는 데 드는 최소 비용. 고양이의 수명은 15년으로 계산했고,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은 최소 비용이다. /표=김영리 기자
2022년 4월부터 유기 묘 '망고'를 입양해 부모님과 함께 키우고 있다는 용인 거주 대학원생 김모(28) 씨는 "고양이를 입양한 지 한 달도 안 돼 반려동물을 키우는 게 보통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고양이 한마리 키우는데도 모든 가족 구성원의 노력과 큰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매일 4회 습식 사료와 건식 사료를 섞어 정해진 시간에 밥을 주고, 정해진 시간만큼 놀아주며 정량의 간식과 영양제를 먹이는 '열혈 집사'다.

망고의 경우 한 달에 2000원짜리 습식 사료 30캔, 2만원대의 처방식 사료 1kg을 먹는다. 김 씨는 "날 때부터 신장이 안 좋아서 처방식 사료를 먹고 있다"며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보다는 비용이 덜 들 수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매월 츄르나 트릿(북어나 연어 등을 동결 건조해 만든 간식) 1만원, 한 달에 한 번씩 교체하는 배변용 모래(8kg) 5만원이 따로 든다. 1만원대의 고양이용 칫솔과 월 3만원대의 고양이 전용 유산균 영양제, 월 5000원대의 심장사상충 약까지 합치면 한 달에 기본적으로 드는 비용은 최소 18만5000원이다.

초기비용과 병원비는 별도다. 김 씨의 경우 입양 직후 캣타워, 화장실, 빗, 발톱깎이, 스크래처 등 장난감을 마련하는데 약 70만원을 지출했다. 병원비는 예방 접종이나 잔병치레로 연간 2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여기에 더해 고양이가 5살이 되면서부턴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건강검진은 고양이의 나이가 많을수록 가격이 오르고 검사 비용만 최소 50만원에 달한다.

김 씨의 설명을 토대로 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15년이고 큰 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살았다고 가정했을 때 모든 비용을 합산하면,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아도 최소 4200만원이 필요하다. 김 씨는 "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손품, 발품 다 팔게 된다"며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같은 사료나 용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법을 찾게 된다"고 부연했다.
김 씨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 '망고'의 모습. /사진=독자 제공
김 씨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 '망고'의 모습. /사진=독자 제공
김 씨는 고양이 입양 후 지난 20개월간 가족 전원이 2박 이상 집을 비운 적도 없다. 그는 "반려인이라면 다 나만큼 할 것"이라면서도 "반려동물은 정말 돈 먹는 하마다. 반려동물이 주는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입양 전 사전 공부와 양육 비용에 대한 준비 없이는 양육하기 매우 힘든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우리나라는 반려동물 입양에 대한 진입장벽이 너무 낮은 것 같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독일, 스페인 등 일부 해외 국가는 반려동물 입양 전 반려동물과 최소 3회 이상 만남을 갖고, 반려인 소양 교육 후 시험을 치르는 등의 의무 절차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반려동물 양육자에 대한 교육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은 반려동물 입양에 신중해야 한다면서 "단적인 예로 동물보호소에 유기된 강아지 중 70%는 1~5살 사이"라며 "어릴 때 귀여워하다가 나이가 들면 유기하는 현상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동물 입양 경로마다 입양 전 동물 복지나 보호자와의 관계 수립법, 양육 비용 등을 배울 수 있는 절차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