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협약 이행법…손배 소멸시효는 "피해자 소재·생사 확인 이후"
국외도피시 재판시효 정지·개인회생 서류제출 간소화법 등도 의결

유엔의 '강제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강제실종방지협약)의 국내 이행을 위한 법안이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법사위는 이날 소위에서 약칭 '강제실종범죄처벌법' 제정안을 위원회 대안으로 의결했다.

이는 앞서 여야가 각각 발의한 강제실종범죄 처벌·강제실종 방지 및 피해자 구제법, 강제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 등 2건에 정부 의견 등을 반영해 병합한 것이다.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개정안 일부 내용도 함께 처리했다.

강제실종은 국가의 허가·지원·묵인 하에 행동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체포·감금·납치 등으로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고 생사나 소재지를 은폐해 실종자를 법의 보호 밖에 두는 것을 말한다.

유엔 핵심 인권 규약인 강제실종방지협약은 국가권력에 의한 감금·납치 등 범죄 방지가 목적이며 2010년 12월 국제적으로 발효됐다.

국내에선 지난 2022년 12월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 이듬해 2월 3일 발효됐지만, 이행 관련 법안들은 1년 가까이 계류 상태였다.

협약 가입을 계기로 대북 인권단체들도 북한이 저지른 납치와 강제실종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도록 관련 제도 정비를 촉구했지만, 여야 간 계속되는 정쟁 속에 법안 심사는 무기한 표류했다.

21대 국회 임기종료에 따른 자동 입법 폐기를 목전에 두고서야 가까스로 법사위 소위 관문을 넘긴 것이다.

1년 가까이 표류 '강제실종범죄처벌법', 법사위 소위 통과
법사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야가 합의한 대안인 만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까지 입법에 최대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정안 대안은 강제실종 범죄 행위자에 대해 '국가기관 또는 국가(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를 포함)의 허가 지원 또는 묵인하에 행동하는 개인이나 개인들로 구성된 집단'으로 규정했다.

임산부·미성년자·노인·장애인에 대한 강제실종 범죄에 대해 그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도록 한 조항은 "과잉 처벌, 양형 재량의 제한 우려가 있다"는 법원 측의 의견에 따라 삭제했다.

강제실종 범죄 행위자의 상급자에 대한 처벌은 그 과실 유무를 따져 최대 7년 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비했다.

강제실종 사건의 진상규명 또는 피해자 생환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했다.

쟁점 중의 하나였던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소멸시효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생존 여부 및 소재가 모두 확인된 시점 중 가장 늦은 시점까지는 진행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강제실종 범죄 행위자 등이 사건의 진상규명에 기여하거나 범죄 피해자의 생환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때에는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했다.

아직 해당 법안 등 처리를 위한 법사위 전체회의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국회에서 입법 절차가 완료되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 후 즉시 시행된다.

이날 소위에서는 형사 재판 도중에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해외로 도피하면 재판 시효를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현행법상 수사 중이거나 재판 결과가 확정된 사람은 해외로 도피할 경우 공소 시효나 형집행시효가 정지돼 처벌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재판 중인 피고인에 대해선 재판 시효(25년·2007년 개정 전에는 15년)가 정지된다는 규정이 없어 처벌 공백에 대한 문제가 지적돼 왔다.

법인 회생 시 모든 촉탁 등기에 대한 등록면허세를 비과세로 전환하고 개인회생 서류 제출을 간소화하는 내용 등의 채무자회생법 개정안도 이날 처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