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르타뉴 지역 월간지 표지에 "과거에 흑인은 없었다" 등 반응
잡지사 측 '당황'…일각선 "피부색이나 종교 상관없어" 응원 글도
'혼혈아 표지' 프랑스 잡지사에 극우세력 댓글 공격
프랑스의 한 지방 월간지가 혼혈 소년 사진을 표지에 내걸었다가 극우 진영의 댓글 공격에 시달렸다.

8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에 따르면 서북부 브르타뉴 지방에서 매월 발간되는 진보적 월간지 '브르통 사람들'은 올해 첫 잡지의 표지 사진으로 한 어린 소년을 실었다.

곱슬머리에 갈색 피부의 이 소년은 브르타뉴 지방의 전통 옷을 입고 자기 몸집만큼이나 큰 브르타뉴 깃발을 어깨에 멘 채 카메라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촬영됐다.

그러나 이 표지가 공개되자마자 인터넷상에서 생각지도 못한 정치적 공격이 쏟아졌다.

표지에 등장한 소년이 브르타뉴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네티즌들은 잡지 표지를 공유한 지역 진보 정당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몰려가 "그 아이는 브르타뉴인이 아니다"라거나 "아프리카나 중동에서 온 브르타뉴인?", "15년 전에는 브르타뉴에 흑인이 없었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한 극우 성향의 지역 의원은 백인 소년이 브르타뉴 깃발을 들고 있는 사진과 잡지 소년의 사진 위에 '진짜 브르타뉴 / 가짜 브르타뉴'라고 적은 게시글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혼혈아 표지' 프랑스 잡지사에 극우세력 댓글 공격
'브르타뉴'라는 지명은 '브르통들이 사는 땅'이란 뜻으로, 기원후 4∼6세기 영국 땅에서 온 이주민이 정착하면서 붙은 이름이다.

1532년 프랑스 왕국에 병합되기 이전까지 독자적 공국이었다.

오늘날까지도 지역적 전통과 문화가 강하게 남아있을 정도로 보수적인 곳이기도 하다.

잡지사 측은 웃고 있는 소년의 사진 한 장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는 반응이다.

가엘 브리앙 편집장은 "창간 60주년을 기념해 브르타뉴 지역의 긍정적 이미지를 표지에 담고 싶었을 뿐"이라며 "브르타뉴의 문화, 풍경, 지리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브르타뉴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종차별적 공격 속에 잡지사를 응원하는 메시지도 눈에 띄었다.

한 네티즌은 "브르타뉴인은 피부색이나 종교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가질 수 있는 정체성"이라고 적었고, 자신을 혼혈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도 "브르타뉴의 유산과 문화, 미래를 위해 활동하는 운동가로서 이번 반응으로 직업적 소명 의식이 더 강해졌다"고 적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