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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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체는 번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원, 즉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할지를 고민합니다. 자원은 제한됐기에 가장 효과적인 전략을 찾아야 합니다. 이 때 개체가 살아가는 환경이 이 전략을 결정한다는 것이 생애사이론(Life History Theory)의 주장입니다. 짧은 생애주기(수명)를 가지는 개체는 빠른 생애사전략을 쓰지만 상대적으로 수명이 긴 개체는 느린 생애사전략을 사용합니다. 즉 적은 수의 자손을 늦게 낳은 후 많은 투자를 하게 된다는 겁니다.

이런 느린 생애사전략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개체가 '인간'입니다. 인간은 생식능력을 갖추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적은 수의 자손을 낳고 이들에게 큰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왔습니다. 인간 종 내에서도 생애사전략이 달라질 수 있는데 살아가는 환경이 이를 좌우하게 됩니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인간은 과거보다도 더 느린 생애사전략을 구사합니다. 진화적으로 보면 이것이 유리한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만혼의 영향이 크지만 2030세대가 내 집을 마련하는데 '느린 생애사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됩니다. 결혼도 늦어지고 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내 집 마련을 늦추는 것이 일견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2018년 43.8%였던 초혼 신혼부부의 주택소유 비중은 2022년 40.5%까지 떨어집니다.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면 당연히 이런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하지만 저 출산을 분석하기 위한 느린 생애사전략이 내 집을 마련하는데도 유리할까요?

어디에 집을 살 것인지가 내 집 마련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합니다. 축소지향의 사회로 갈수록 어떤 지역에 어떤 유형을 사느냐가 중요합니다. 내 집 마련은 완전히 자유의지로 할 수 있는 경제활동입니다. 금액의 제한은 있지만 그 금액 이내로는 살수 있는 주택의 지역과 유형은 무궁무진합니다. 따라서 한계가 많은 출산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소위 주거선호지역으로 알려진 곳은 어디나 경쟁이 심합니다. 공급은 한정됐는데 수요는 확장성이 큽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주거선호지역인 강남은 재건 ·재개발과 같은 도시정비사업이 아니면 원천적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없습니다. 반면 외지인투자로 대표되는 수요의 확장성은 전국에서도 수위에 해당합니다. 수요는 많으나 정상적인 공급이 어려우니 집값은 언제나 높습니다.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빠르게 반등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수요의 확장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집은 자산이지만 심리적 안전자산의 성향이 큽니다. 안정감 있게 사회에 안착할 수 있는 것은 내 집 마련을 통해 가능합니다. 나이가 들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은 쌓이게 됩니다. 결혼도 마찬가지지만 내 집 마련은 이런 사회적응을 앞당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혼인 1년차 주택소유비중은 30.5%에 불과하지만 혼인 5년차에는 주택소유 비중이 50%가 넘는 것도 이런 이유가 큽니다.

인류학자들은 느린 생애사전략을 근거로 0.7%대까지 떨어진 한국의 출산율이 다시 올라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미루고 미루다 보면 더 이상 미루기 힘든 때가 올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출산과 다르게 내 집 마련은 오히려 이렇게 미루면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단지 어디를 어떤 방법으로 구입하느냐는 문제만 남습니다. 내 집 마련, 빠른 생애사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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