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법 3년 유예 후 내일 시행…기존 3배 '안보수사단' 신설
인력·예산 부족에 해외 방첩망은 한계…경찰 "수사역량 혁신"
국정원 대공수사권 경찰로 완전 이관…안보공백 우려 씻을까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를 수사하는 권한인 '대공(對共) 수사권'이 내년부터 국가정보원에서 경찰로 완전히 넘어가는 것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정보와 수사 업무의 분리로 인권 침해를 최소화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수사 역량 약화로 국가 안보에 공백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걱정스러운 시선도 있다.

체제와 공공안녕 질서를 위협하는 국보법 사건은 공안 수사의 대표 격으로 꼽히며 국정원이 오랜 노하우를 갖고 있다.

대공 수사 업무가 대폭 늘어나는 것은 경찰 역시 부담이다.

다만 관련 업무를 오랫동안 해온 만큼 이번 기회에 경찰만의 수사 역량을 입증해 보이겠다는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 대공 수사 전담하는 경찰…전문 수사팀 꾸리고 인력 증원
31일 경찰 등에 따르면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국정원법이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이 폐지되고 이를 경찰이 전담한다.

기존에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와 구속영장 신청이 가능했던 국정원은 이제 해외 정보망 등을 통해 수사 첩보를 입수한 뒤 이를 경찰에 전달하는 역할만 하게 된다.

국내 정보 수집 활동 역시 금지된다.

이에 맞춰 경찰은 인력 증원과 조직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경찰의 전체 안보수사 인력은 올해 724명에서 내년 1천127명으로 약 56% 증원된다.

이 가운데 순수 대공 수사 인력은 700여명으로 종전의 400여명보다 약 75% 늘어난다.

대부분 내부 재배치이지만, 안보 전문가인 신규 인력도 20명 채용했다.

특히 핵심 수사를 전담하는 정예 팀인 '안보수사단'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 산하에 신설된다.

소속 인력은 142명으로 종전 49명의 약 3배이며 단장은 경무관급인 안보수사심의관이 맡는다.

수사단에는 안보수사1과와 2과를 구성하고 각각 2개 수사대를 편성한다.

각 시도청에는 안보수사대 수사관을 증원해 광역 단위 수사체계 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

정예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전문기관인 '안보수사 연구·교육센터'도 올해 10월 개소했다.

경찰은 정식 개소에 앞서 올해 6월부터 이곳에서 영장 집행, 디지털포렌식, 조사·신문 등 실전형 교육을 했다.

아울러 작년부터 '안보수사관 자격관리제'를 시행해 수사관들의 역량을 관리하고 있다.

안보수사 5년 이상 경력자는 심사를 거쳐 전임 안보수사관 자격을 부여하며, 7년 이상 경력자는 시험을 통해 책임 안보수사관 자격을 준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신년사를 통해 "경찰 중심의 안보수사 체계 원년을 맞아 안보수사 역량을 근원적으로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경찰로 완전 이관…안보공백 우려 씻을까
◇ 정권 교체 후 기류 변화에 3년 유예기간 준비 미흡
그럼에도 일부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사 공백 우려가 제기된다.

경찰의 인력 보강 규모가 원래 계획에 한참 못 미치는 데다 예산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당초 경찰은 유예 기간인 2021년부터 3년간 외부 경력자 경쟁채용을 통해 안보 분야 전문가를 121명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법 시행 전이다 보니 정부나 국회가 소극적인 탓에 관련 인력을 거의 늘리지 못했다.

수사기법 교육 등을 위해 필요한 예산 역시 3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가 내년에야 소폭 증액된다.

경찰의 정보 분야 일반예산은 약 49억원 늘었다.

일반예산은 경찰청이 기획재정부에 예산안을 제출해 마련하는 것으로 사무실 등 업무환경 조성에 쓰이고 액수가 공개된다.

첩보 수집 협조자에게 지급하는 대가 등 대공 수사비를 포함하는 비공개 정보예산도 소폭 늘었으나 국정원의 수사 업무를 이관하는 차원으로 보기엔 부족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정보예산의 조정 권한은 국정원에 있다.

3년의 유예 기간에도 준비가 미흡했던 데에는 법 개정 후 대선 국면이 이어진 데다 정권 교체로 국정원 역할에 대한 정부의 기조가 바뀐 것이 영향을 미쳤다.

대공 수사권 이관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 국정원 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그간 문제가 됐던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이나 인권 침해 문제 등을 막겠다는 것이 법 개정 취지였다.

그러나 정권 교체 이후 정부와 여당 내에서 대공 수사에 필수적인 해외 정보기관과의 네트워크나 휴민트(인적 정보망) 부분에서 경찰이 국정원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정원의 수사 업무 이관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경찰은 필요한 예산과 인력 확대 요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경찰로 완전 이관…안보공백 우려 씻을까
◇ 해외 방첩망·수사 연속성 지적도…경찰 "국정원과 협업·전문인력 육성"
경찰에 해외 방첩망이 없고, 기능을 옮겨 다니는 인사 시스템상 수사 연속성과 전문성 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경찰은 해외 정보 수집이 업무 규정에 포함되지 않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과거부터 계속 대공 수사를 해왔기에 수사 역량은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정원이 가진 기존 해외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첩보를 제때 공유하는 등 협업하면 수사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안보수사국 내에 국장급 협의체를 두고 국정원 직원을 파견받아 적극 소통할 것"이라며 "실무회의도 필요하면 수시로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사 연속성과 전문인력 확보에 대해선 "안보경찰 인사운영규칙(훈령)을 개정해 경정으로 승진하기 전까지는 계속 안보수사 업무를 맡게 했다"며 "지휘부에서 안보 수사 기여도를 높이 평가해 충분한 인센티브를 준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정원이 제한적으로 대공 수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은 양 기관 간 힘겨루기를 유발할 수 있는 '불씨'란 해석도 나온다.

내년 1월 1일 시행되는 '안보침해 범죄 및 활동 등에 관한 대응업무규정'(시행령)에 따르면 국정원은 국가안보와 국익에 반하는 활동을 하는 이들에 대한 추적과 정보 분석 등의 활동을 할 수 있고 출국금지와 출국정지도 요청할 수 있다.

또 불가피한 경우 민감한 개인정보와 고유식별정보 등을 처리할 수 있으며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개인 등에 개인정보를 요청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법률에서 위임한 범위를 넘는 직무는 행사할 수 없게 돼 있고 국정원과도 이 부분에 대해 공감대를 이뤄 수사에 지장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시행령 초안에는 '국정원으로부터 수사·재판 기록 열람과 복사 요청을 받은 국가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요청에 따라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으나 경찰의 반대 의견으로 삭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