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사고 당시 아파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화재 사고 당시 아파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성탄절 새벽 불길 속에서 어린 딸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 30대 아버지의 발인이 28일 엄수됐다.

이날 서울 동대문구 한 병원에 차려진 고인의 빈소는 마지막 길을 함께 하기 위해 모인 유족과 조문객들의 한탄 섞인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박모 씨(33)는 서울에 있는 모 대학 약학과 출신으로 생전 약사로 일했다. 그는 유족과 지인 모두에게 '늘 솔선수범하고 바른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빈소를 찾은 지인들은 "평소 (박씨) 부부가 착하게 바르고 살아온 이들이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고인의 시신이 담긴 관이 운구 차량에 실린 뒤, 유족들은 "이럴 수가 없다"며 오열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25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한 아파트 아래층에서 시작된 화재로 자녀를 구하고 숨졌다.

해당 아파트 4층에서 살던 박씨는 새벽 시간 3층의 한 호수에서 난 불이 순식간에 위로 번지자, 재활용 포대 위로 두 살짜리 큰딸을 던진 뒤 7개월짜리 둘째 딸을 이불에 싸 안고 발코니에서 뛰어내렸다.

그대로 바닥에 떨어진 박씨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다만 박씨의 보호를 받은 두 딸과 박씨의 뒤를 따라 뛰어내린 아내 정모 씨(34)는 목숨을 건졌다.

정씨는 척추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으나, 전날 박씨의 입관을 앞두고 빈소를 찾아 남편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등은 이번 화재 사고와 관련, 담배꽁초와 라이터 등을 발화 원인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인 70대 부부가 퇴원하는 대로 입건해 실화 혐의 입증에 주력할 예정이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