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는 내년 4분기에나 가능"…'최악 전망' 나왔다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내년 한국 경제의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정보기술(IT) 분야를 제외하면 1%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인정하면서 '경기 부양이 필요하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일부 철회한 가운데, 전체 경제의 성장률이 1.8%에 그칠 것이란 민간 연구기관의 전망도 나왔다.

올해 양호했던 세계 경제가 내년 완만한 침체로 전환하면서 경제 위기 때 말고는 나타나지 않았던 1%대 저성장이 2년 연속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 성장률 1.8%"…최악 전망 내놓은 LG

25일 LG경영연구원은 '2024 거시경제 전망'을 통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1.3%에서 내년 1.8%로 높아질 것으로 봤다. 올해보다는 성장률이 0.5%포인트 상승해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봤지만 수준은 잠재성장률 수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원은 "한국전쟁 혼란기 이후 2%보다 낮은 성장률이 나타난 것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위기 상황뿐"이라며 "내년 성장률이 2년 연속 2% 미달해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내외 주요 경제전망 기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중 가장 낮은 것이다. 한은은 지난달 내년 경제가 2.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보다 앞서 전망치를 제시한 기획재정부는 2.4%의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은 2.2% 성장을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LG경영연구원보다는 나은 성장률을 제시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8개 IB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1%였다. 바클레이스, HSBC, 노무라증권 등이 1%대 성장률을 전망했지만 모두 1.9%를 제시해 LG의 전망보다 0.1%포인트 높았다.

한은의 경제전망에서도 최근 내년 경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 제시되고 있다. 지난 20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IT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이 1.7%에 그칠 것"이라고 말하면서 분야별로 어려움을 겪는 산업에 대한 부양책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는 앞서 지난달 30일 경제전망 발표 후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경기 부양책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 것과는 작게나마 차이가 나는 것이다.

고물가 장기화…4분기 돼야 금리인하 가능

LG경영연구원은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1.8%로 제시한 이유로 세계경제의 완만한 침체를 꼽았다. 미국과 유로존, 일본 등 선진국의 성장률이 1% 아래로 낮아지면서 하반기부터 침체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고물가와 고금리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는 내년 2.8% 증가할 것으로 봤다. 한은의 전망(2.6%)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을 예상했다. 서비스물가가 쉽게 낮아지지 않는 가운데 지정학적 불안과 기상이변 등이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가 목표 수준인 2% 수렴시기는 2025년으로 제시했다.

물가가 높은 수준으로 지속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워진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내년 2분기에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LG경영연구원은 "4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고물가 고금리는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실질 금리가 높아지면서 이자부담도 커질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민간소비 증가율이 1.5%에 그치고, 재고 부담이 늘면서 기업의 설비투자가 0.3% 감소할 것이란 설명이다.

부동산은 위험의 뇌관으로 봤다. 건설수주, 건축 인허가 등 건설경기 선행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PF 위험 표면화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수출은 IT 수요 회복 영향으로 완만한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화 약세에 연동해 강세를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과거와 같은 1100원대 진입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