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마스 본부여서 병원 때렸다?…WP "증거 부족"

"사진·영상 등 분석 결과 군사용도로 쓰였다는 직접 증거 없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의해 군사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이유로 공격했지만, 이를 아직 입증하지 못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이스라엘군이 증거로 제시한 병원 관련 사진과 영상을 위성사진 등과 함께 자체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군의 주장을 입증하기에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그간 하마스가 병원 지하의 터널을 지휘통제 시설로 썼으며, 병원 내 5개 건물이 하마스 활동에 직접 관련됐고 병원 내부에서 지하 터널에 직접 들어갈 수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WP의 분석 결과 이스라엘군이 찾아낸 터널, 또 이와 연결된 방에서는 하마스가 군사용으로 썼다는 직접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문제의 5개 병원 건물은 모두 터널과 연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병원 내부에서 터널에 접근 가능했다는 증거도 없었다고 WP는 지적했다.

우선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중순 병원을 점령한 이후 병원 북동쪽에서 발견한 수직 통로 입구와 여기에서 이어지는 터널의 사진·영상을 증거로 공개했다.

영상에서 이 터널은 수직 통로에서 동쪽으로 뻗어나가다가 남쪽으로 꺾어졌다.

하지만 WP가 영상을 분석하고 병원 내 터널 발굴 장소를 확인해 이 터널의 위치를 추정한 결과 이스라엘군이 제시한 5개 병원 건물과 연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또 병원 수술실 지하의 빈방 2개와 작은 화장실 2개, 싱크대가 터널에 연결된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중 방 하나는 작전실로 쓰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방이 지휘통제 또는 다른 기능으로 사용됐다는 직접 증거는 없었으며, 쓰레기나 음식 용기, 의복 등 최근 사람이 살았음을 보여주는 흔적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또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인질 2명을 데리고 병원에 들어오는 모습을 담은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인질 한 명은 부상을 입고 환자 이송용 병상에 실려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인질이 치료, 또는 다른 목적으로 왔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WP는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증거들이 병원 지하 터널에서 군사적 활동이 있었을 가능성을 어느 정도 시사하지만, 이번 전쟁 기간 하마스의 지휘 시설이 그곳에 있었음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의 병원 공격을 앞두고 대피했다고 주장했으나, 하마스 측이 병원 지하 터널에서 활동했다는 시기가 언제인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이처럼 이스라엘이 내놓은 증거가 빈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병원 공격의 정당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퍼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급 미국 하원의원은 "전에 나는 알시파 병원에서 (하마스의) 그런 작전이 벌어졌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수준의 입증이 있어야 한다.

이스라엘군은 이 시점에서 더 많은 증거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프리 콘 텍사스공대 법학교수는 "당신이 찾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결국 찾지 못하면 이는 회의적인 시각이 타당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 법률고문을 지낸 브라이언 피누케인 크라이시스그룹 선임고문은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을 통해 이후 병원 상대 군사작전의 변명을 미리 제시하려 했을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알시파 병원에 대해 한 것을 바탕으로 병원이 일반적으로 군사 작전의 표적이 된다고 사전 추정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