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피의자 1명과 20대 모방범…범행 사주한 배후 관련자 추적
경찰, '경복궁 담장 낙서범' 2명 구속영장…내일 심사(종합)
경찰이 국가지정 문화재인 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로 낙서해 훼손한 10대 피의자와 이를 모방해 2차 낙서를 한 20대 피의자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임모(17)군에 대해 20일 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1일 밝혔다.

임군은 지난 16일 오전 1시42분께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 서울경찰청 외벽에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라는 문구와 불법영상 공유사이트 주소를 반복적으로 남긴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임군과 함께 체포된 김모(16)양에 대해선 범죄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이날 오전 0시께 석방했다.

김양은 임군과 범행을 계획하고 동행했지만 직접 낙서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임군 등은 "텔레그램을 통해 불상자로부터 '낙서를 하면 수백만원을 주겠다'는 의뢰를 받고 그 사람이 지정한 장소에 지정한 문구를 스프레이로 기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들은 범행 전 이 불상자로부터 은행계좌로 5만원씩 두 차례, 총 10만원을 착수금 명목으로 받았다.

범행 도구인 스프레이는 직접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군은 범행 후 인증 사진을 찍어 텔레그램으로 낙서를 지시한 불상자에게 보냈으나 추가로 주기로 한 돈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진술에 따라 경찰은 범행을 사주한 배후를 확인하기 위해 임군의 은행계좌 거래내역을 확인하고 텔레그램 계정을 추적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낙서에 등장한 불법영상 사이트는 물론 전혀 무관한 인물이 임군에게 지시했는지 등 여러 가능성을 두고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임군에게 돈을 보낸 사람을 특정 중"이라며 "돈을 보낸 사람과 범행을 지시한 불상자가 동일인인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군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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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경찰은 임군 범행을 모방해 2차 낙서를 한 설모(28)씨에 대해서도 20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설씨는 임군 범행 다음 날인 17일 오후 10시 20분께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쓴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를 받는다.

범행 하루 뒤 경찰에 자진 출석한 설씨는 6시간가량 조사받은 뒤 귀가했으며, 범행 동기에 대해선 "문화재에 낙서를 하는 행위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설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22일 오후 3시로 예정됐다.

경찰 관계자는 "문화재 훼손 사건을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엄중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