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등 7개월간 조사, 민물고기·연체동물·거미류 등 다양

세계자연유산 한라산 내 오름 분화구에 물이 고여 호수처럼 된 분화구호와 고지대 연못·습지에 다양한 연체동물과 민물고기(담수어류)가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라산 숨은 산정호수 '물장오리'서 미꾸리 서식 확인
18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한라산 동북쪽 면 해발 900m에 있는 람사르습지인 물장오리 분화구호(습지)에 미꾸리 2종이 발견됐다.

어리목 탐방안내소 인공연못에는 잉어가 서식하고 있다.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물장오리는 화산이 분출한 정상 화구호에 물이 고여 있는 독특한 지형을 자랑한다.

정상의 습지를 '산정화구호'(山頂火口湖)로 부른다.

물장오리 습지는 람사르 협약에 따라 2009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담수어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 사라오름·소백록에는 실제 담수어류가 없었으며, 인위적으로 미꾸리가 이식됐다고 알려진 1100습지에서도 미꾸리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어류의 경우 평상시 물이 좀처럼 고이지 않는 한라산 하천 특성으로 인해 서식이 다양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성판악 등지 연못과 습지 일원에서는 한국 고유종 4종(산골조개, 제주남방달팽이, 제주배꼽털달팽이, 입술대고둥아재비)과 산우렁이, 대고둥 등 19개 종의 연체동물의 서식이 확인됐다.

세계유산본부는 한라산연구부와 생물다양성연구소,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한국동굴생물연구소 등과 함께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7개월간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

한라산에는 지대가 높은 특성으로 연체동물과 민물고기의 접근이 어렵고 물이 잘 빠지는 지질적 특성으로 인해 생태계가 다양하지 않을 것으로 짐작돼 그간 면밀한 생물자원 조사가 없었다.

세계유산본부는 한라산 서식 민물고기와 연체동물의 경우 그동안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기후변화를 추적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밖에 장수염낭거미류, 접시거미류 등 미기록 거미 2종 등 134종의 거미류도 발견됐다.

세계유산본부는 조사과정에서 90점(담수어류 3점, 거미류 77점, 연체동물 10종)을 채집해 표본으로 제작·보존했다.

고정군 제주도 한라산연구부장은 "지대가 높고 주변 생태계에서 고립된 곳에 있는 물장오리 습지에 미꾸리가 서식하는 것은 매우 독특한 현상"이라며 "한반도 내륙에 서식하는 미꾸리 집단과의 유전적 차이 등에 대해 추가 조사해 이들 미꾸리가 자연적으로 서식하게 됐는지, 인위적으로 옮겨졌는지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