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객 북적이는 베이스캠프내 활동이 위기 부추겨
셰르파들 "빙벽 불안정…이대로면 빙하가 호수로 변할 것"
에베레스트에도 찾아온 기후위기…쿰부빙하 상태 위험수준
네팔에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산(8,848m)에 오르는 등산 루트가 있는 쿰부빙하의 상태가 기후변화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기온상승으로 히말라야 지역의 빙하들이 전 세계 다른 지역의 빙하보다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특히 쿰부 빙하의 경우 기후변화 영향과 함께 빙하 위에 있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탓에 문제가 더욱 복잡하다.

해발 5천364m 지점에 있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는 숙박시설과 카트만두 호텔 수준의 식사를 제공하는 주방용 텐트와 헬기장이 들어서 있으며 매년 수천 명의 등산객이 방문해 여러 주 머물면서 정상 등정을 준비하는 곳이다.

네팔 정부 조사원인 킴 랄 가우탐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사용하는 프로판가스의 양이 매 시즌 30억㎏의 얼음을 녹일 수 있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매일 4천L에 달하는 베이스캠프 이용자들의 소변이 쿰부빙하에 버려지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우탐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면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조만간 베이스캠프가 얼음 위가 아니라 땅 위에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베이스캠프를 해발 5천164m 지점에 있는 고락셉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락셉은 빙하를 이용해 물 확보가 쉬웠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와는 달리 물을 얻기가 쉽지 않으며 정상 등정도 더욱 위험해진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올해 에베레스트산을 등정하다가 사망한 사람이 18명으로 이미 역대 많은 희생자를 냈다는 점에서 정상 등정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 이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WSJ은 전했다.

기존 연간 최대 사망자 수는 지난 2014년에 기록한 17명이었다.

정상 일대에 장사진을 칠 정도로 등반객들이 몰려 위험천만했던 2019년에도 사망자는 11명이었다.

셰르파인 소남 셰링은 기후변화로 인해 눈으로 덮여있던 쿰부 빙폭의 사면에 이제는 얼음덩어리들이 떠다니는 못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면 쿰부빙하가 호수로 변할 것이라고 개탄했다.

셰르파들은 쿰부빙하에 있는 쿰부 빙벽의 등산 루트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확인하면 됐지만 이제는 녹아내리는 얼음으로 인해 매일 확인해야 할 정도로 빙벽의 상태가 불안정해졌다고 전했다.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에베레스트산 관광과 등산을 중심으로 한 관광산업의 비중이 큰 네팔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에 따르면 지난해 네팔 관광업은 네팔에 국내총생산(GDP)의 6.1% 수준인 24억달러(약 3조1천56억원)의 경제효과를 가져다줬으며 100만명이 넘는 고용을 창출해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