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주지사 재임 시절 한라산신제 제관 참여를 거부한 일을 일제강점기 신사참배 거부에 비유한 발언과 관련, 한라산신제를 거행하는 봉행위원회 측이 사과를 촉구했다.

'신사참배' 비유에 뿔난 한라산신제위 "원 장관은 사과하라"
김용수 한라산신제봉행위원장은 1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제주 전통문화인 한라산신제를 종교행사로 치부하고 신사참배 거부에 비유한 것은 봉행위원회와 도민 전체를 깎아내린 것"이라며 "망언을 취소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도지사가 한라산신제 초헌관을 맡아 제례에 참여하는 것은 일종의 전통이므로 아쉬운 일이나 제례에 불참할 수도 있다고 이해했는데, 시간이 한 참 지난 이 시점에서 원 장관이 갑자기 산신제 자체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왜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지난 4일 '경북·대구 장로총연합 지도자대회'에서 제주지사 재임 당시 한라산신제 제관을 거부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일제강점기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신사참배는 '국가행사이지 신앙과 관계없다'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신사참배 거부로 주기철 목사는 순교했다.

산신제에 절하는 것을 생각해보니 도지사를 안 하겠다고 생각했고 이것 때문에 도민들이 그만하라고 하면 그만할 각오였다"고 발언했다.

원 장관은 2014년부터 2021년까지 7년간 제주지사 재임 당시 종교적 이유로 한라산신제 초헌관 역할을 맡지 않아 부지사가 대신했다.

'신사참배' 비유에 뿔난 한라산신제위 "원 장관은 사과하라"
오영훈 제주지사도 7일 도청 출입 기자단과 만나 "제주의 문화는 세계적으로 존중받고 인정받고 있다"면서 칠머리당영등굿, 제주해녀 문화 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사례를 거론하며 "제주인의 자존감을 훼손하지 말라"고 원 장관을 비판했다.

탐라국 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라산신제는 도민의 무사 안녕과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행사로 천연기념물 제160호인 곰솔 군락지에 있는 산천단 제단에서 매년 거행된다.

고려 후기인 1253년(고종 40년) 국가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제례로 발전했고 1703년(숙종 29년) 제주목사 이형상의 건의에 따라 국가의 공식 제례로 채택됐다.

원칙적으로는 제주지사가 초헌관을, 제주도의회에서 아헌관을, 한라산신제 봉행위원장이 종헌관을 맡아 전통 유교 방식으로 치러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