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원로 "백선엽은 국군 아버지…망나니같은 말하는 사람들 입조심해야"
육군,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 상황·홍범도 흉상 취재요청 거부

6·25전쟁 개전 초기 생도 신분으로 전장에 투입됐다가 산화한 육군사관학교 생도 1·2기를 기리는 기념사업회가 8일 출범했다.

육사총동창회는 이날 서울시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생도회관에서 '6·25참전 육사생도 1·2기 기념사업회'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생도 2기 장기호(91) 옹은 지팡이를 짚고 단상에 올라 기념사업회 이사장직을 수락하며 1·2기의 희생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뒤 "잊지 말고 꼭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오늘날 생도들이 73년 전 선배들의 애국심과 희생정신을 배워나가도록 육사는 각별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1949년 7월 입교한 생도 1기와 1950년 6월 입교한 2기는 6·25전쟁 당시 539명이 전쟁에 긴급 투입돼 40%가 넘는 245명이 전사했다.

장 이사장은 이어 6·25 전쟁 영웅인 고(故) 백선엽 장군을 거명하며 "우리 국군의 아버지"라며 "그분이 최후의 보루였던 낙동강 전선을 지켰다"고 말했다.

이어 백 장군에 대한 친일 행적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간혹 그분을 평가절하하는 발언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한쪽 귀로 흘려버리면 된다.

망나니 같은 말을 내뱉는 사람들은 입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김수삼 인사복지실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우리 군은 생도 1·2기 선배님들의 위대한 헌신과 호국 의지를 본받아 대한민국을 더욱 굳건히 지켜나가겠다"며 "적을 압도하는 국방 태세를 구축해 '힘에 의한 평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창립총회에는 생도 2기인 1930년생 전진수(93) 옹과 국방부 장관을 지낸 한민구 육사발전기금 이사장, 백선엽 장군의 장녀인 백남희 여사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한편 육군사관학교는 최근 교내 충무관에 있는 '독립전쟁 영웅실'을 철거했다.

독립전쟁 영웅실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홍범도·지청천·이범석·김좌진 장군, 이회영 선생, 안중근 의사 등 독립운동가를 기리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육사는 대신 임진왜란, 베트남 전쟁사, 6·25 전쟁사, 해외 파병사 등 시대별 국난 극복 역사를 소개하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육군 관계자는 "11월 30일 물리적 공사는 완료됐는데, 수정·보완 중에 있다"며 "철거가 아니라 확대 개편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확인할 수 있느냐'는 요청에 "육사 생도들이 지금 시험 기간이고 학사일정이 진행 중"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육군은 이날 취재진이 충무관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을 확인하겠다는 취재 요청도 거부했다.

육사는 홍범도 장군이 소련공산당에 합류했던 이력을 문제 삼아 교내에 설치된 흉상의 학교 밖 이전을 결정했지만, 아직 이행하지는 않고 있다.

"6·25전쟁서 대거 전사한 생도 1·2기 기억"…기념사업회 출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