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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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폭풍 매수’하고 있다. 한 달간 순매수 규모만 약 4조3000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을 떠날 것이란 증권사들의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다. 내년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를 예상한 글로벌 자금이 대규모 유입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차전지 팔고 반도체 올인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1일부터 3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한 달간 2조952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에선 1조139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유입은 뜻밖이란 평가가 많다. 지난달 6일 금융당국이 공매도 거래를 전면 금지하자 국내 증권사들은 한국 시장의 신뢰도 저하로 이어져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 이탈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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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움직임 배경엔 반도체가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삼성전자 한 종목만 2조9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6792억원)까지 합치면 코스피 투자금의 91%를 반도체주에 쏟은 셈이다.

코스닥시장에서도 반도체 장비업체인 HPSP를 2445억원어치 사들였다. 이 기간 코스닥 전체 순매수 1위였다.

반면 포스코홀딩스(3700억원 순매도), 삼성SDI(3586억원) 포스코퓨처엠(3245억원), 에코프로비엠(954억원) 등 2차전지 관련주는 팔아치웠다.

○8만전자 넘어 9만전자도 가능

세계 곳곳에서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 조짐이 나타나자 외국인이 서둘러 한국 주식 사재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스마트폰과 PC 시장이 살아나면서 지난달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2021년 7월 이후 처음 상승세로 돌아섰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55달러로, 전월보다 3.33% 상승해 두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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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10월 매출은 8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엔비디아의 3분기 매출은 181억2000만달러(약 23조원)로 전년동기 대비 200% 뛰었다. 엔비디아의 GPU에 탑재되는 HBM 물량 대부분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공급하고 있다. HBM은 일반 D램보다 5~10배 비싸 실적기여도 높다.

증권가는 올해 연말을 기점으로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8만전자’를 뛰어넘어 ‘9만전자’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은 올해 연말을 시작으로 공급 부족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9만원으로 제시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삼성전자의 매출은 올해보다 16% 증가한 303조원, 영업이익은 369% 증가한 34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9만3000원까지 올렸다. SK하이닉스도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만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