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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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가치가 4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대표적 매파(통화 긴축 선호) 인사가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이 적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긴축 종료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영향이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원10전 내린 1289원60전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5원70전 하락한 1288원에 출발했다. 장중 1286원10전까지 내렸지만 반등해 장중 한때 1292원20전까지 오르기도 했다.

환율이 1280원대에서 마감한 것은 지난 21일 1289원20전 이후 8일만이다. 역외에서는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났지만, 역내에서는 1280원대에 저가매수하는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제한적으로 나타나 1285원 밑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1280원대 후반에서 마감한 것이다.

이날 환율이 하락한 것은 Fed 내부에서 통화 긴축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신호가 나왔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미국 기업연구소(AEI) 연설에서 "현재 통화정책이 경기를 진정시키고 인플레이션을 2%대로 회복시키기 위해 적절하다는 확신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몇개월간 개선된다면 정책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입장도 언급했다.

금리 상승 기대가 사라지고 인하 기대가 확대되면서 달러화 가치는 하락했다.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뜻하는 달러인덱스는 102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날 103대에서 하락한 것으로, 지난 8월 이후 넉달만에 최저 수준이다.

중국 위안화 강세도 원화 강세에 힘을 실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 안정 의지를 보이면서 위안화 강세가 나타났다. 원화는 위안화의 대리통화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에 연동해 동반 가치 상승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환율은 오는 30일 열리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결과와 미국의 10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등에 반응해 방향을 정할 것으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연 3.5%인 기준금리를 또 동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PCE는 전달보다 3.5%올라 9월 3.7%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날 원·엔 재정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100엔당 877원22전이다. 전날 같은 시간 기준가(873원17전)에서 4원5전 올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