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발표한 자작곡 '인사' 역주행 인기
"이렇게 바쁜 적이 있었나…감사하다"
"오래 듣고 부를 수 있는 노래 쓰고 싶어"
"카푸치노 같은 향 내는 가수였으면"

범진은 2년 전 발표한 자작곡 '인사'가 음원차트에서 역주행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대해 이 같은 소감을 전했다.
'인사'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멜론 인디 차트 1위, 발라드 차트 3위를 차지한 데 이어 실시간 차트인 'TOP 100'에서도 순위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멜론 스트리밍 수 1000만을 돌파하며 어느새 20위권에 자리를 잡았다.
누군가는 '갑자기?'라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인사'를 들어본 이들이라면 곡의 감성, 범진의 보컬, 투박한 듯 매끄럽게 흐르는 멜로디와 음색의 조화에 금세 역주행 인기를 수긍할 테다. 범진은 "항상 유행 타지 않고, 오래 듣고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쓰고 싶었다"면서 "'인사'는 대중성 있는 멜로디와 진정성 있는 가사가 만나서 듣기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차분한 발성, 덤덤하게 내뱉는 가사 한 마디 한 마디는 옛 뮤지션들을 떠올리게 한다. 김광석을 보며 가수를 꿈꿨고,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은 이력이 있는 범진은 본인의 강점으로 '목소리'를 꼽았다. 그러면서 "있을 법하면서도 없을 것 같은 목소리다. 비슷한 건 있어도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후 1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예술고등학교 실용음악과 진학했지만 범진은 "거기서도 내가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집안의 반대는 없었지만 모든 건 '스스로' 해야 했다. 범진은 "그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다. 내 돈으로 레슨을 받는 하루하루가 소중했다"고 말했다.
철판 닦는 일부터 떡볶이집, 닭강정 가게, 고기 뷔페, 옷 가게, 칼국숫집, 실 공장까지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봤다는 그는 "덕분에 더 강해진 것 같다. '레슨비를 누군가 당연히 내주겠지'가 아니라 내가 번 돈으로 하니까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녹음하고 집에 가서도 계속 돌려 들었다. 그렇게 성장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목소리를 만들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목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지금의 범진을 완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한다. 21세 때 재수하며 약 1년 동안 부산·대구·서울 등에서 진행했던 버스킹이 바로 그것이다.
범진은 "닭강정 집에서 알바한 돈으로 앰프, 장비를 사서 부산에서부터 버스킹을 했다. '경험해 보고 오자', '부딪혀 보자'는 마음이었다. 고등학생 때 노래를 못했는데 무작정 기타를 들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노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목소리로 노래하면서 듣는 분들이 어떤 목소리를 좋아해 주시는지 알 수 있었다. 이후 21세 때 시험에 붙어서 대학에 갔다. 그 경험이 없었다면 안 됐을 거다. 그렇게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분명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가수다. 이제부터가 시작인 듯하다. 범진은 1~2달 간격으로 싱글을 내며 활발히 음악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월간 윤종신을 능가하는 월간 주범진"이라면서 "쉬지 않고 곡을 내야 해서 힘들었는데 결과가 나오니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인사' 같은 곡을 하나 더 쓰고 싶다. 옛날에는 멋있는 걸 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음악은 듣는 것보다도 누군가 불러야 하는 거라고 느낀다. 조금 더 쉽게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곡을 써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오는 24일에는 크리스마스 콘서트 '범진의 범클'을 개최하고 관객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따뜻한 사람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카푸치노 같은 향을 남기고 싶어요. 카푸치노는 마시는 것보다 지나칠 때 냄새가 더 좋잖아요. 그런 향을 내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