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탈석탄 선언' 공수표 그칠 가능성
"기금 수익 제고하면서도, 투자제한 취지 살릴 전략 마련하겠다"
환경에 나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추진계획이 상당 기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신중 모드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의 석탄산업 투자 제한 계획에 대한 향후 추진 상황을 묻는 질의에 "석탄산업은 환경문제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도 관련된 사안으로, 국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신중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공단을 관리하는 주무 부처이다.

복지부는 석탄산업과 관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력산업 현황 등을 고려해 투자 제한전략의 단계적 시행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당장 국민연금이 한국전력 등 국내외 에너지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거나 중단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제고하면서도 투자 제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합리적인 투자 제한전략을 마련해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탈(脫)석탄 선언'은 당분간 공수표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2021년 5월 말 "국민연금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배출 감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석탄 채굴·발전산업에 대한 투자 제한전략을 도입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이 선언에서 국민의 안정적 노후 소득을 책임지는 장기투자자로서 지속 가능한 사회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연금은 석탄 채굴·발전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거나 배제하기 위한 단계적 접근 방안을 제시하며 탈석탄 이행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후 국민연금은 지금까지 구체적 행동을 보이지 않고 머뭇거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자산순위 글로벌 10번째 국부펀드이자 국내 주식시장 6%, 국내 채권시장 10%를 보유한 국내외 자본시장의 큰손으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국민연금의 탈석탄 정책이 '말로만' 정책에 머물고 있다며 탈석탄 선언을 실현할 구체적 석탄 투자 제한 기준을 하루속히 확정해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그린워싱(greenwashing ·실질적인 친환경 경영과는 거리가 있지만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 플랜1.5,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시민단체는 "해외 주요 연기금은 화석연료, 특히 석탄 자산이 '좌초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아 위험관리 차원에서도 화석연료 전반에 대한 투자 배제 정책을 펴고 있다"며 "국민연금도 하루빨리 이런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 가능 투자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