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21일 런던 호스가즈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 후 왕실 전용 1호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이동하고 있다. 버킹엄궁에서 국왕 주최로 열린 환영 오찬에는 윤 대통령 부부와 국왕 부부, 왕실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영국 국빈방문 행사는 국제 외교무대에서 ‘의전의 정점’으로 통한다. 세계를 호령한 대영제국의 오랜 예법에 따른 장엄하고 화려한 의전으로 정평이 나 있다. 왕실 관례상 영국은 국빈 초청을 1년에 두 번만 한다.영국 왕실의 최고 수준 예우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일(현지시간) 공군1호기 편으로 런던 스탠스테드공항에 도착한 직후부터 시작됐다. 윤 대통령 부부는 왕실 수석의전관인 후드 자작 등과 의장대의 영접을 받고 리무진 차량에 탑승했다.‘스테이트 리무진’으로 불리는 벤틀리 리무진은 2002년 당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50주년을 기념해 두 대 특별 제작한 차량이다. 길이는 6.2m, 무게는 1440㎏에 이른다. 모자를 즐겨 쓰는 여왕의 취향을 반영해 전고가 1770㎜로 일반 차량보다 높다.버킹엄궁에서 넬슨 제독 동상이 있는 트래펄가광장까지 뻗은 일직선 도로에는 태극기와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이 나란히 걸렸다. 윤 대통령은 첫날 런던의 한 호텔에서 동포 만찬간담회를 열어 현지 한인사회를 격려했다.이튿날인 21일 공식 일정은 공식환영식, 국왕 주최 환영 오찬, 참전기념비 헌화, 의회 연설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 부부는 숙소로 찾아온 윌리엄 왕세자 부부의 영접을 받으며 공식환영식이 열리는 호스가즈광장으로 이동했다. 광장에 도착하자 애국가가 연주되고 런던탑과 그린파크에서 예포 41발이 발사됐다.윤 대통령 부부는 미리 도착해 기다리던 찰스 3세 국왕 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함께 단상에 올랐다. 왕실 근위대를 사열할 땐 의장대장이 한국어로 사열 준비 보고를 했다. 군악대는 ‘아리랑’을 연주했다. 공식환영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찰스 3세와 백마 네 마리가 끄는 왕실 전용 1호마차에 올라 버킹엄궁까지 1.6㎞를 행진했다. 검은색 몸체에 황금색 조각으로 장식된 마차는 10여 분 뒤 버킹엄궁 대현관에 도착했다.국왕 주최 환영 오찬에는 윤 대통령 부부와 국왕 부부, 왕실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오찬을 마치고 찰스 3세는 버킹엄궁에 전시된 한국 관련 소장품을 윤 대통령 부부에게 소개했다.버킹엄궁 일정을 마친 윤 대통령 부부는 국방부 옆에 마련된 한국전쟁 참전기념비로 이동해 왕실 대표로 나온 글로스터 공작과 함께 헌화했다. 1951년 중공군의 ‘4월 공세’ 당시 영국군 29여단 소속 글로스터대대는 중공군 3개 사단에 맞서 임진강을 사수했다.외교가에서는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두고 “올해 140주년을 맞은 한·영 관계의 미래에 대한 영국 측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올 5월 대관식을 치른 찰스 3세가 첫 번째로 초청한 국빈이다. 찰스 3세는 지난 7일 첫 의회 연설(킹스스피치)에서 “윤 대통령 부부를 맞이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한 관계자는 “영국이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후 국제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에서 반도체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과 관계를 강화할 필요성을 느낀 것 같다”며 “(한·영 관계가) 한때 동맹(영·일 동맹)이던 일본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런던=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영국 의회 연설에서 “한국과 영국의 협력 지평이 디지털과 인공지능(AI), 사이버안보, 원전, 방산, 바이오, 우주, 반도체, 해상풍력, 청정에너지, 해양 분야 등으로 크게 확장돼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윤 대통령은 이날 영국 의회 의사당이 있는 웨스트민스터궁에서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양국 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의회의 어머니’인 영국 의회에 서게 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의회민주주의 확립, 산업혁명 등 영국의 세계사적 업적을 열거한 뒤 “위대한 영국을 이끌어 온 핵심이 바로 영국 의회임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윤 대통령은 6·25전쟁 당시 영국군의 희생을 언급하면서는 참전용사인 콜린 태커리 전 육군 준위(93)를 호명한 뒤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미래 양국 관계에 대해 윤 대통령은 “이번에 체결하는 ‘한·영 어코드’를 기반으로 이제 양국은 진정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난다”며 “보다 개방되고 자유로운 국제질서를 영국과 함께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영국과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의 정치적 안보와 경제 안보를 튼튼히 하는 데 함께 힘을 모을 것”이라고도 했다.윤 대통령은 “영국이 비틀스, 퀸, 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연설에는 전 영국 총리인 윈스턴 처칠을 비롯해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등 영국을 대표하는 위인이 대거 등장했다. 연설 제목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구절에서 따온 ‘도전을 기회로 바꿔 줄 양국의 우정’이었다.윤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22일 정상회담을 열고 안보와 경제 전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다우닝가 합의(DSA)’를 발표한다. 북한에 대한 해양 공동순찰을 추진하고 반도체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맺는다.런던=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찰스 3세 초청 첫 국빈…왕실 근위대 아리랑 연주·예포 41발 발사기마부대 호위 속 버킹엄궁까지 1.6㎞ 행진…총 7대 마차 행렬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공식 환영식에서 찰스 3세 국왕의 환대를 받았다.윤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이 지난 5월 대관식 후 초청한 첫 번째 국빈이다.영국 왕실은 통상 1년에 2번 국빈을 맞이한다.외국 정상의 방문 형식 중 최고 수준 예우인 국빈 방문인 만큼 버킹엄궁까지 마차 행진, 왕실 근위대 사열 등 그에 걸맞은 의전이 수반됐다.이날 국빈 일정은 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윤 대통령 부부 숙소로 찾아와 마중하는 것으로 시작됐다.두 부부는 환담 뒤 영국 왕실 전용 차량인 벤틀리 리무진을 타고 함께 공식 환영식장인 호스가즈(Horse Guards) 광장으로 이동했다.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는 광장에서 윤 대통령 부부를 웃으며 맞이했다.찰스 3세 국왕은 윤 대통령에게 영국 왕실과 정부 인사들을 소개했다.윤 대통령은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도 악수하며 잠시 대화를 나눴다.이어 왕실 근위대 사열도 이뤄졌다.아리랑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과 찰스 3세 국왕이 함께 근위대를 사열했다.예포 41발도 발사됐다.공식 환영식의 하이라이트는 영국 왕실의 상징인 '황금마차' 행진이었다.윤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과 함께 백마가 끄는 황금색 왕실 마차에 탑승했다.마차에서는 통역만 대동한 가운데 대화가 이뤄졌다.김건희 여사와 커밀라 왕비는 두 번째 마차를 타고 뒤따랐다.한국 측 공식 수행원까지 포함해 총 7대의 마차가 행진했다.대규모 기마 부대의 호위 속에 마차는 국빈 오찬 장소인 버킹엄궁으로 이어지는 더몰 거리 1.6㎞가량을 이동했다.행진 중에는 애국가가 연주됐다.거리에는 태극기와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이 나란히 걸렸다.거리 주변에는 마차 행진을 구경하려는 런던 시민과 관광객들이 대거 몰렸다.국빈 오찬은 버킹엄궁에서 소규모로 개최된다.윤 대통령과 찰스 3세 국왕은 오찬 이후 훈장과 선물을 교환하고, 버킹엄궁에 전시된 한국 관련 소장품들을 함께 관람할 예정이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