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레이더 ① '나쁜 뉴스는 좋은 뉴스' 美 증시 격언 변곡점은


그동안엔, 특히 올해엔 경제에 나쁜 지표가 증시에는 긍정적 영향을 끼쳤습니다.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소식은 인플레 둔화 기대감으로 바뀌고, 결국 연준의 긴축정책 종료를 앞당길 것이라는 게 그동안의 투자심리였습니다. 물론 인플레 잡으려면 뜨거운 경기가 한 김 빠지는 게 좋기는 하지만, 최근 나오는 지표들의 방향성을 보면서 월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는 모습입니다.

조나단 크린스키 BTIG 수석분석가는 "현재까지는 나쁜 경제 지표가 채권 수익률을 낮춰 환영받고 있지만, 경기 침체 전에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며 "최근 코로나19 침체를 제외하고 지난 50년 동안(1977년, 1980~82년, 1990년, 2001년, 2007년)의 모든 경기 침체를 조사한 결과, 금리가 하락하고 주가가 상승하는 기간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경제가 어떻길래 이런 경고들이 나올까요. 지난주 나온 데이터들부터 우선 보면, 애틀랜타 연방은행이 추적하는 미국의 4분기 성장률 전망은 2.0%로 시장 전망치였던 2.2%보다 낮게 나왔습니다. 계속실업수당청구건수도 지난주 186만 5천건으로 늘었는데, 계속실업수당청구 건수는 2주 연속으로 실업수당을 타는 사람들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재취업률과 관련한 이 지표가 2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올라왔습니다. 국제유가 역시 수요 둔화 우려로 지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경기 선행지표인 내구재 주문 건수 등이 이번주에 나오는데 이번 주에도 예상보다 나쁜 경제지표가 나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월가의 경고가 커지고 있다고 해서 당장 증시가 급락하지는 않을 겁니다. 최근 증시는 비관론을 좀 늦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고요, 미 증시 기관 투자자 동향을 보면 풋 -콜옵션 비율이 0.8까지 내려왔습니다. 콜옵션 대비 풋옵션 비율이 높을수록 기관들이 숏 전략을 많이 한다는 건데, 0.8 수준이면 증시에는 아직까지 긍정적인 환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지난 9월의 하락장 땐 이 비율이 1.06까지 올라갔었거든요. 또 월가에선 전통적인 산타 랠리, 연말을 앞두고 증시가 한 번 더 오르는 전형적인 패턴을 기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나쁜 뉴스는 더 이상 좋은 뉴스가 아니게 될 수 있다고 본 BTIG는 "우리가 생각하기엔 가장 큰 신호는 낮은 금리와 함께 대형 기술주의 의미 있는 약세를 볼 때"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보면 가장 가까운 변곡점은 오는 21일 있을 매그니피센트 7 주식인 엔비디아의 실적과 전망이 어떻게 나오느냐겠습니다.
2차전지·AI 한다더니…상장사 태반이 '공수표' [신인규의 이슈레이더]
이슈레이더② 은행주 숨죽일 한 주

이번주는 우리 은행주와 금융권이 숨죽일 한 주가 될 듯합니다. 당장 오늘 금융당국과 KB와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주요 금융지주 회장단 회동이 있습니다. 상생금융의 구체안이 어떤 식으로 나올까에 대한 실마리가 오늘 회동 이후 나올 수 있겠습니다. 최근 은행권이 고금리 시대에 돈을 너무 잘 벌고 있다는 여야의 압박이 심하지요. 대통령의 '은행권 종 노릇' 발언도 그렇고, 야당의 발의한 횡재세 법안(금융회사가 직전 5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 해당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금융 기여금 납부)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은 2조원 가까이를 내야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살펴볼 부분입니다.

은행들이 혜택을 누렸던 고금리 시대가 얼마나 오래 지속할까, 혹은 변수는 없을까 점검하려면 내일(21일) 나올 3분기 가계신용 데이터를 챙겨봐야겠습니다. 지난 분기 어땠는지부터 살펴보면요,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8000억원으로 1분기보다 9조5000억원 증가했습니다.

이번에 발표가 나올 3분기에도 가계 빚이 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이미 발표한 금융권 가계대출만 보면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고 3분기에 해당하는 7~9월 금융권 가계대출은 13.7조원 늘었습니다. 이 내용이 우리 주식시장에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부터 봐야겠지요. 가계 부채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는 결국 통화정책 측면에서 금리를 낮출 가능성보다 높일 가능성이 더 생긴다는 의미를 갖겠습니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서 10월 생산자물가도 주목할 지표고, 23일에 발표될 통계청 3분기 가계동향조사도 눈여겨 볼 대목이 있습니다. 2분기에 0.8%(전년비) 줄어든 가구당 소득이 3분기에 반등했을지 여부입니다. 2분기 우리 가구당 소득은 월평균 479만 3천원이었고, 물가를 감안한 실질 소득은 1년 전보다 3.9% 줄었습니다.
2차전지·AI 한다더니…상장사 태반이 '공수표' [신인규의 이슈레이더]
이슈레이더③ 2차전지·AI 한다며 주가 띄우더니…말뿐이었다



금융감독원이 신사업 추진현황 실태분석이 주말에 나왔습니다. 꽤 충격적인 숫자가 나왔는데요. 금감원이 올해 7개 테마업종을 신규사업목적으로 추가한 상장사들을 조사했더니 조사 대상 233곳 가운데 129개사, 절반 이상이 관련 사업 추진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금감원이 들여다 본 7개 테마업종은 ▲메타버스 ▲가상화폐·NFT ▲2차전지 ▲인공지능 ▲로봇 ▲신재생에너지 ▲코로나였습니다.

금감원이 봤을 때 이렇게 테마업종 관련 신규사업 추진 공시만 내고 실제 사업은 하지도 않은 상장사들의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다년간 영업손실을 기록했거나 자본잠식 상태 ▲빈번한 유상증자·전환사채(CB) 발행인데요. 관리종목 지정을 해지하거나 상장폐지를 모면하기 위해 해서는 안 되는 일에 대한 유혹에 빠지기 쉬운 기업들이라는 거지요.
2차전지·AI 한다더니…상장사 태반이 '공수표' [신인규의 이슈레이더]
이런 기업들의 특징은 무자본 M&A 세력이 타겟으로 삼는 기업들의 특징과 같습니다. 최대주주나 최대주주 관련인이 CB 매수한 뒤 신사업 추진을 발표해 주가를 띄우고, 그 뒤에 CB를 주식으로 바꿔 팔아치운 뒤 사업을 철회하는 식의 수법이겠지요. 테마주와 불공정거래가 엮여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는 내용이 금감원 조사 결과에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18개 상장사를 심사대상에 올려 회계처리 위반을 우선 따지고, 기획조사도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돈이 움직이는 시장에는 언제나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꿀벌을 노리는 말벌도 꽃밭을 찾는 이치겠죠. 속이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지만, 우리 투자자분들도 테마주 보실 때 혹시 모르니 공시 꼼꼼히 챙겨보시고요. 금감원이 이야기했듯 전환사채 공시나 최대주주 변경 공시가 많으면 그런 테마주는 조금 빨리 나오시는 게 나은 전략일 수 있겠습니다.


신인규기자 ikshin@wowtv.co.kr
2차전지·AI 한다더니…상장사 태반이 '공수표' [신인규의 이슈레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