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나도?"…스타트업 외부감사, '남 일'이 아니다 [긱스]
외부감사는 자신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창업가가 많습니다. 요건도 숙지하고 있지 못하다가 갑작스럽게 만나게 되는 외부감사는 회사를 힘들게 할 수 있습니다. 강경구 브릿지파트너스 대표회계사가 스타트업이 대비해야 하는 외부감사(임의감사·법정감사) 내 각종 문제 요소를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풀어봅니다.

울긋불긋 완연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는 것도 잠시, 어느덧 생을 다한 낙엽들이 길가에 소복이 쌓여간다. 이윽고 코끝 시린 바람이 불어올 때면 공인회계사들은 이른바 ‘시즌’이라고 불리는 외부감사에 대한 생각에 본능적으로 무언의 압박감을 느끼곤 한다.

해당 시기에 대부분의 업무가 집중되기 때문도 있지만 외부감사 대상 회사와 담당 공인회계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업무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부감사인 선임 기한이나 선정 절차를 위반하는 사례가 적지 않을 뿐만 아니다. 오히려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된다.

방심할 때 다가오는 스타트업 외부감사

"설마 나도?"…스타트업 외부감사, '남 일'이 아니다 [긱스]
외부감사인 선임 기한이나 선정 절차를 위반하는 경우 외부감사 대상 회사가 직접 외부감사인을 선택할 수 없고, 특정 회계법인으로 지정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렇게 중요한 외부감사인을 선임하는 업무에 이와 같은 위반 사례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외부감사법(외감법)이 시행된 지 벌써 6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외부감사인 선임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이 그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아무래도 회사 유형별로 감사인을 선임하는 기한이나 선임 대상 사업연도, 감사인 자격 요건, 선정 절차 등이 상이하다 보니 회사 입장에서는 선임 절차 등이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아직 외부감사를 한 번도 받아보지 않았던 중소형 회사, 특히 스타트업에서 자주 발생하는 경우다. 대부분의 중소형 회사는 창업주가 회사를 설립한 이후 열심히 사업을 성장시키는 것에만 몰입한다. 그 결과 시장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회사의 매출이 급속도로 성장하거나, 대규모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게 되면 회사는 어느 순간 외부감사 대상에 해당하게 된다. 자연히 창업주는 그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외부감사는 규모 있는 회사가 받는 것이라 남의 일로만 생각하던 스타트업의 특성도 한몫한다. 이때 회사의 결정과 무관하게 외부감사인이 지정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법정감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 자체에 있다.

스타트업과 외부감사는 마냥 무관한 것만 같지만 의외로 깊게 연관된 부분이 있다. 바로 임의 감사가 그런 경우인데, 임의 감사는 법정감사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임의 감사는 임의라는 표현에서 풍겨오는 느낌과 비슷하다. 법적 강제력 없이 회사의 필요에 의해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감사를 뜻한다. 스타트업이라면 한 번쯤은 투자 계약상 투자자의 요구에 의해 임의 감사를 경험하게 되고, 그 외에도 관공서 입찰 시나 금융권의 대출, 보증을 받는 경우 등 다양한 필요에 의해 요구되기도 한다. 큰 관점에서 보면 회사가 임의 감사에 들어가는 비용과 그로 인한 효익을 비교해서 임의 감사 수행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회사가 선택할 수 없는 법정감사

반면 법정감사는 외감법에 의해 반드시 받아야만 하는 의무사항이므로 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법정감사 대상 회사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이해관계자가 많아 의무적인 외부감사를 통해 이해관계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그렇다. 법정감사 결과 산출되는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는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외부에 공시된다. 쉽게 말해 누구나 공시된 감사보고서를 통해 회사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또한 임의 감사를 요구한 투자자 등에게 한정하여 감사보고서가 제출되는 임의감사와의 중요한 차이점이다. 이러한 차이들로 법정감사의 무게감이 임의 감사에 비해 한층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설마 나도?"…스타트업 외부감사, '남 일'이 아니다 [긱스]
법정감사가 중요한 이유를 충분히 이해했다면, 이제는 법정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준에 대해 알아야 할 차례다. 외감법에서는 상기 표에 기재된 ①~④의 요건 중 어느 하나를 충족시킬 경우 법정감사 대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법정감사를 받지 않고 있던 스타트업이 ②나 ③의 요건을 충족시켜 갑자기 법정감사 대상이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통상 그전에 ④에서 정하고 있는 4가지 요건 중 두 가지 이상을 충족시키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스타트업이라 하더라도 매출 급성장에 따라 자산과 매출 기준을 충족하거나, 공장이나 본사 설립 등을 위해 대규모 차입금을 조달할 경우 자산과 부채 규모를 충족함으로써 얼마든지 법정감사 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스타트업에 가능성 있는 상황은 바로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①에 따라 법정감사 대상이 되는 경우다. 게다가 상장을 준비하는 경우라면 IFRS 전환이나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보다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이처럼 스타트업에 좀처럼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법정감사가 그리 남 일만은 아니다.

'적정 의견'으로 향하는 험난한 길

"설마 나도?"…스타트업 외부감사, '남 일'이 아니다 [긱스]
법으로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는 것은 목적이 있다. 외부감사 대상 회사의 재무제표에 전체적으로 부정이나 오류로 인한 중요한 왜곡 표시가 존재하는지,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제삼자로부터 의견을 받음으로써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결국 회사는 외부감사 수행 결과 외부감사인이 어떤 의견을 표명하는지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회사의 재무제표에 중요한 왜곡 표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적정’ 의견을 목표로 하게 된다.

회사가 외부감사인에게 관련 자료나 증거를 제시하였지만, 감사 결과 재무제표에 중요한 왜곡 표시가 확인될 경우 그 영향력에 따라 한정 또는 부적정 의견이 표명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회사로부터 필요한 감사 증거를 제시받지 못하였다면 외부감사인이 적절한 감사 절차를 수행하지 못하였을 것이므로 그 영향력에 따라 한정 의견 또는 의견 표명을 거절하게 된다. 외부감사인이 초도감사에 대한 감사의견을 형성하기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기초잔액에 대한 확인이다. 계속 감사의 경우 당년도 기초잔액에 해당하는 전년도 기말잔액을 전년도 외부감사인이 감사하였기 때문에, 당년도 기초잔액에 대한 확인이 요구되지 않는다. 초도감사에서는 기초잔액 적정성에 대한 감사 절차가 수행된 적이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확인이 요구되는 것이다.

회사의 재무제표를 구성하는 계정과목 대부분에 대해 기초잔액 확인은 가능하다. 하지만 재고자산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재고자산의 적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감사기법이 바로 재고자산 실사에 입회하는 것인데, 1년 전으로 되돌아가 재고자산을 실사 입회하여 확인할 방법은 타임머신이 발명되지 않는 한 없다. 이런 이유로 재고자산을 보유한 회사의 초도감사에서는 외부감사인이 한정의견을 표명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초도감사에서 발생하는 매출 인식 문제

초도감사를 받는 회사에 자주 발생하는 회계적인 이슈들을 몇 가지 더 살펴보자. 첫 번째로 살펴볼 이슈는 총액 매출과 순액 매출에 대한 판단 문제이다. 예를 들어 거래금액이 100만큼 발생하는 거래를 두고 A 업체가 단순히 판매자 B와 구매자 C를 중개해 주는 역할을 수행할 때가 있다. 그리고 판매자 B로부터 A 업체가 직접 물건을 구입한 후, 구매자 C에 판매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있다. 두 상황에서 A 업체가 인식할 매출은 역할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

중개 역할을 하는 전자의 경우에는 거래금액 100 전부를 매출로 인식할 수 없고, 중개 용역의 대가인 수수료, 예를 들어 10만을 매출로 인식해야 한다. 반면 실제 재고를 구입하여 판매하는 후자의 경우에는 거래금액 100 전부가 A 업체의 매출로 인식된다. 이런 구조가 실무상으로는 더욱 복잡해 회사가 총액 매출과 순액 매출을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고, 또 다양한 유인으로 인해 회사의 매출 규모가 커 보일 수 있게 의도적으로 총액 매출을 인식함으로써 초도감사 시 문제가 되기도 한다.

다음은 평가와 관련된 이슈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주로 연관된다. 매출채권은 물건을 외상으로 판매할 때 발생하는 채권이기 때문에 그 성격상 대금 청구 시 회수되지 않을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거래처로부터 대금을 100%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 믿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의 예상과 달리 거래처의 신용이나 자금 현황에 따라 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대손충당금이라는 계정과목을 통해 그 효과를 미리 반영해야 한다.

재고자산·개발비…제대로 된 평가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슷한 논리로 회사가 보유 중인 재고자산은 판매를 통해 현금으로 회전이 돼야 한다. 하지만 신제품 출시로 인한 기존 제품의 판매 부진 등 여러 가지 이유에서 재고자산이 장기간 판매되지 않고 창고에 쌓여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또한 재고자산이 판매되지 않거나 헐값에 판매될 수 있는 효과를 산정하여 재고자산평가충당금으로 회계 처리하여야 한다. 이 같은 평가 관련 회계 처리의 경우 외부감사를 받기 전까지 회사가 먼저 인식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개발비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슈 중 하나다. 제품 개발이 필요한 회사라면 연구개발 활동을 위해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데, 연구개발의 단계와 향후 회사의 매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따라 자산 인식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 초기 단계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지식에 대한 탐색이나 선택 가능한 여러 대안을 모색하는 활동은 ‘연구 단계’에 해당하며, 연구단계에서 지출된 금액은 자산 처리가 불가능하다. 반면 연구단계를 지나 시제품을 설계·제작·시험하는 활동 등은 “개발 단계”에 해당하여 관련 비용을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연구개발의 단계와 요건 충족 여부와는 무관하게 연구개발에 든 금액을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인식하려는 유인이 클 수밖에 없다.

그 밖에도 퇴직급여충당금, 연차수당 충당부채와 같은 발생주의 회계 처리나 정부지원금에 관련된 회계 처리 등 지금까지 법정감사를 받아오지 않은 회사들이 제대로 챙겨오지 못한 여러 영역에서 외부감사인과의 마찰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초도감사가 순탄치 않게 흘러가는 것이다.

가혹한 법정감사, 특례로 숨 돌릴 방법도

앞서 살펴본 주요 이슈 사항 외에도 초도감사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무적인 문제들은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다. 그중 상당수는 인적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상대적으로 이해관계자가 적은 일정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회계처리 특례 규정을 적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이와 같은 부담을 완화해주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시장성이 없는 지분증권에 공정가치 평가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고,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회사 주식에 지분법 회계 처리 적용을 생략할 수도 있다. 지분법은 실제 많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회계 처리 중 하나다. 스타트업에서 흔히 발생하는 주식 선택권의 경우 가득 기간과 행사일까지 각 시점에 부합하는 회계 처리가 요구되나, 특례 규정을 적용하면 주식 선택권이 행사되기 전까지 회계 처리를 생략할 수 있다. 복잡한 법인세 관련 회계 처리도 특례 규정하에서는 매우 단순해진다.

이처럼 법정감사 대상 기준부터 직면하게 될 다양한 회계 이슈, 중소기업만이 누릴 수 있는 특례까지, 스타트업 법정감사를 대비하여 알아두어야 할 사항들이 상당하다.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마냥 상관없는 일로 치부하며 모른 척하기엔 그 여파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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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구 브릿지파트너스 대표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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