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기억하라…정보라 소설집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최소한의 인륜을 저버린 이들의 참혹한 죽음, 먼지처럼 우주를 떠도는 목 잘린 영혼, 이승에서의 부질없는 탐욕을 깨닫게 하는 죽은 영혼들의 대화까지, 정보라의 소설집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에는 산 자와 죽은 자의 목소리가 얽히고설켜 있다.

단편집의 표제작에 주문(呪文)처럼 반복해 등장하는 구절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또한 당신의 원혼과 함께"는 고대 로마의 격언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를 연상시킨다.

죽음이 늘 우리 곁에 있다는 진실을 깨닫지 못한 어리석은 자들은 끝내 처참한 죽음을 맞고, 모종의 복수를 마친 원혼은 이런 독백을 뱉는다.

"다만 남자들에게는 평화도 안식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죽음은 그들의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
죽어서도 안식을 얻지 못하는 죽음이 있다는 게 더 두렵다.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들은 기괴하고 참혹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지만 '리발관의 괴이' 같은 단편에는 예상치 못한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소설집을 덮고 나면 무서운 꿈을 꾸고 깨어난 듯 안도감도 느껴진다.

기괴한 마력의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작가가 독자에게 끊임없이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떤 죽음을 맞게 될지를 준엄하게 묻는 것 같다.

정보라는 책의 말미에 쓴 '작가의 말'에서 "독자님들의 세상이 너무 지나치게 기괴하고 너무 오랫동안 낯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평온하고 차분한 상황에서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께는 그냥 잠시 이상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경험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퍼플레인 42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