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뮴과 아연, 텔루륨으로 반도체를 만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선을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핵방사선 시각화·화생방 탐지…新기술 경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일 서울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연 미래국방기술교류회에서 오경민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행사에선 과기정통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들이 보유한 기술 가운데 국방 분야에 적용 가능한 기술 20여 건이 소개됐다.

오 연구원은 ‘핵·대량살상무기(WMD) 현장 대응형 방사선 3차원(3D) 시각화 탐지기술’을 주제로 발표했다. 무색, 무취, 무향인 방사선을 시각화하는 것은 과학계의 숙원이다. 그는 “3D 공간형상 정보 매핑과 카드뮴·아연·텔루륨(CdZnTe) 상온 반도체 등을 이용하면 작전 지역 내 방사성 물질을 시각화 및 정량화할 수 있다”며 “원전 해체 시 안전 확보에도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문정 고려대 생물방어연구소 소장(융합생명공학과 교수)은 생화학전 대응 기술을 선보였다. 북한이 보유한 생화학 무기는 천연두, 페스트, 콜레라부터 탄저균, 보툴리눔까지 13종에 이른다. 탄저균은 호흡기 침투 시 치사율이 95%에 달한다. 보툴리눔은 단 1g만으로 100만 명을 사망하게 할 수 있다. 송 소장은 “에볼라, 라싸, 니파, 크리미안 콩고 등 생화학 무기로 사용 가능한 고위험 바이러스가 앞으로 미지의 전장에서 어떻게 살포될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투 현장에서 바이러스를 조기에 탐지할 수 있는 ‘회전환증폭(RCA) 기반 미세유동 중합효소연쇄반응(PCR)’을 소개했다. 바이러스에서 분리한 리보핵산(RNA)을 별도 절차 없이 그대로 증폭시키면서 검출 속도와 민감도를 동시에 높이는 기술이다.

이 밖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초고주파 전력증폭기용 질화갈륨(GaN)·탄화규소(SiC) 소재, 한국전기연구원이 개발한 초소형 전기추진 초전도 전동기 등 23개 기술에 대한 전시 또는 발표가 이뤄졌다. KIST는 군집드론 이용 화생방 탐지기술, 전차 등 군 기동장비 방탄용 초경량 복합재 등 8개 기술을 선보였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지난 3월 개원한 KIST 미래국방국가전략센터 현판식을 열었다. 이 센터는 인공지능(AI)·무인자율, 사이버·전자전, 우주·항공, 바이오 등 다섯 개 분야에서 민군 겸용 기술을 개발 중이다.

정부 연구개발(R&D) 비용 25조여원의 배분 조정을 담당하는 과기정통부 과기혁신본부의 주영창 본부장(서울대 교수)은 “과학기술이 전쟁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며 “민간 첨단 기술을 국방에 적기 도입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진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엔 조현기 방위사업청 기반전력사업본부장, 손대권 육군 군수사령부 참모장, 송상래 해군미래혁신연구단 단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